
“작년 봄에 봤던 벚꽃이 지금도 생각나요. 하얀 꽃잎이 칼날처럼 날카롭게 제 마음을 베는 느낌이었어요.”
대구도시공사에 신입사원 김부민(27)씨에게 지난봄은 더없이 쓸쓸했다. 자취방과 도서관을 오가며 공부하던 시기였다. 벚꽃 아래 봄을 만끽하는 커플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본인의 마음은 겨울보다 더 찬데 저 혼자 꽃놀이하는 봄이 얄미웠다.
“지난해 여름에 대구도시공사에 입사했어요. 얄미운 봄에 복수하려고 반 년을 기다렸어요. 이제야 봄을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네요, 하하!”
회사에서는 조경 파트에서 일한다. 조경은 오랜 꿈이었다. 막내 이모가 조경 설계사였다. 이모와 친하게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조경에 관심을 가졌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진로를 결정할 즈음에 이모의 말이 떠올랐다.
“이모가 늘 하던 말이 있어요. ‘조경은 공간을 만드는 작업이다. 내가 하얀 종이에 그린 공간이 현실에 3D로 재현되고, 사람들이 그 공간을 누린다. 여간 뿌듯한 게 아니다.’ 진로고민은 간단하게 해결됐죠.”
공부는 너무 재미있었다. 생각보다 조경의 유례가 오래되었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고, 식물들의 사생활을 탐구하는 것도 흥미로웠다. 어떻게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4년을 지냈다.
“운이 좋았어요. 영문과 친구가 ‘영문도 모르고 영문과에 진학했다’는 농담을 던지곤 했는데, 취업 즈음해서는 정말 고민이 많아지는 눈치였어요. 전 길이 너무나 분명했죠. 앞만 보고 달렸어요.”
취업 준비로 바쁜 즈음 늘 가던 곳이 있었다. 경북대 마블링 공원. 조경과에서 조성한 공원이었다. 벤치에 앉아 있으면 마음이 편해져 공원에서 쉬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사색도 많이 하고 데이트도 거기서 했다. 남자 친구와 헤어진 곳도 마블링 공원이었지만, 그래도 싫어지지 않았다. 자연의 매력, 혹은 조경의 힘을 대학 생활 내내 체험한 셈이었다.
대구도시공사를 목표로 정한 것은 2015년 무렵이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인턴을 하면서 공기업에 취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기업과는 하는 일의 규모와 성격이 달랐다.
“대기업에 들어가면 대부분 아파트 조경을 하게 될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사적인 공간이죠. 하지만 공기업은 작업 규모도 클 뿐더러 주로 모든 시민을 위해 공간을 만들어요. 훨씬 보람이 클 거란 생각이 들었죠.”
현재 대구도시공사 조경 파트에는 4명이 근무하고 있다. 인원이 많지 않아 직무 능력만 향상되면 바로 투입된다. “의욕과 공부의 강도가 취업 준비할 때보다 더 강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런지 선배들 사이에서는 “밥 잘 먹는 후배”로 통한다.
“빼빼 말랐지만 밥은 잘 먹어요. 아마도 생각을 많이 해서 그런가 봐요. 마음 속 도화지에 저만의 숲을 그렸다 지웠다 매순간 반복하거든요. 그런 모습이 기특한지 선배님들도 엄청 많이 도와주세요. 궁금한 걸 물어보면 기초부터 완전 이해단계까지 친절하게 알려줘서 열렬한 후원자들을 만난 기분이에요. 선배님들과 함께 도시의 인상을 바꿀 만큼 멋진 작품들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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