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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PC방 간다!” 당당한 젊은 남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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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PC방 간다!” 당당한 젊은 남편들

입력
2017.03.0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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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스타’로 밤새웠던 3040

가정 꾸리며 나타난 신풍속

“싸고 건전한 취미 아니냐”

집안에 아예 게임방 만들기도

스트레스 풀고 대화 기회로

같이 즐기는 아내도 생겨

경기 성남시에 사는 직장인 한승호(34)씨는 요즘 술집이 아닌 PC방에서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보낸다. 직장에서 쌓인 일주일간 스트레스를 게임으로 풀기 위해서다. 아내와는 이미 계약(?)이 됐다. 주말 중 하루를 온전히 집안일에 쏟는 대가로, 금요일 밤을 ‘불가침의 자신만의’ 시간으로 만든 것이다. 동네 친구들도 함께 한다. 이들이 주로 하는 건 지난해 5월 블리자드사가 출시한 슈팅게임 ‘오버워치’. 한 번 시작하면 2~3시간은 기본이라 늘 자정을 훌쩍 넘겨 들어가지만, 한씨는 “싸고 건전한 취미 아니냐”고 당당하기만 하다.

결혼 5년 차 김모(37)씨는 아예 집 안에 ‘게임방’을 차렸다. 옷방으로 쓰던 작은 방에 사양 좋은 그래픽카드를 끼운 컴퓨터를 들여다 놓고, 고해상도 모니터와 게임용 기계식 키보드까지 구비하니 총 250만원 가까이 들었다. 아이가 깨어 있을 때는 교육을 위해 이 방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김씨는 “게임도 골프나 테니스 등 다른 스포츠처럼 정상적인 취미생활”이라며 “게임을 한다고 한심하게 보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말했다.

젊은 남편들이 게임에 빠졌다. 얼마 전만 해도 등산 낚시 등이 지배하던 이력서나 소개서 취미 칸에 ‘게임’이 당당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20여 년 전 PC방에서 밤새 게임을 즐기던 중고등학생들이 가정을 꾸리면서 생겨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당시 청소년들이 열광하던 e-스포츠리그인 ‘스타리그(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는 이제 ‘롤드컵(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으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졌지만, 그때의 향수를 기억하는 3040 남성들이 여전히 PC방을 드나들고 집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다.

최근 자동차운전 시뮬레이션게임기인 ‘유로트럭’을 100만원 가량에 산 유모(36)씨는 “게임을 하다가 가끔 아내로부터 집안 일부터 챙기라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자제하는 게 쉽지는 않다”고 했다. 육아나 청소 등 가사를 등한시하고 게임 재미에 푹 빠진 남편들이 아내들은 못마땅하다. 주부 정모(32)씨는 “쉬는 날이면 친구들이랑 약속 잡아서 잽싸게 PC방으로 가는 남편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물론 게임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아내들도 있다. 얼마 전 남편의 생일선물로 방 한 쪽에 중고 아케이드게임기를 들인 권정미(31)씨는 “남편이 워낙 게임을 좋아해서 집에서 같이 할 수 있는 걸 찾다가 고전 오락실 게임기를 구매했다”고 했다. “같이 앉아서 게임을 하다 보면 회사 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도 풀리고 남편과 대화도 많이 하게 된다”는 게 그가 밝힌 게임의 장점이다. 부부가 함께 ‘게임광’인 경우도 있다. 회사원 정모(30)씨와 연구원 이모(32)씨 부부 집에는 게임용 컴퓨터만 4대 설치돼 있다. 부부는 “주말마다 특별히 돈 들이지 않고 취미생활을 할 수 있어 좋다”고 만족해했다.

게임이 3040세대의 주된 취미가 되면서 ‘게임은 철없는 애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도 사라지고 있다. 2년 전에는 ‘게임인(人)재단’(이사장 조계현)에서 취미가 게임이라고 당당히 말하자는 취지의 ‘겜밍 아웃(게임과 드러낸다는 뜻의 ‘커밍아웃’을 합친 단어)’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재단 관계자는 “게임도 이제는 개인의 여가생활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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