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매출 감소로 폐업을 고민하는 업주들이 많았는데 앞으로 중국 관광객까지 발길을 끊으면 공실이 크게 늘어날 겁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15년 넘게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있는 박모(58)씨는 6일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이 홍대 부동산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을 이렇게 우려했다. 실제로 중국인을 대상으로 홍삼 등을 판매하던 동교동의 한 사후면세점은 지난해 말부터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자 지난 1월 문을 닫았다. 해당 상가는 한 달 넘게 빈 가게로 남아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현실화하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도 타격을 받을 지 주목된다. 부동산의 특성 상 당장 가격이 출렁일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던 서울 주요 상권과 중국인을 겨냥한 부동산 상품 등엔 적잖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KB금융경영연구소의 ‘외국인 한국 부동산 투자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지난해에만 262만㎡의 국내 토지를 사들여 미국인(97만㎡)과 일본인(11만㎡)을 크게 앞질렀다. 중국인 소유 필지의 면적은 최근 5년 간 5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외국인이 보유한 필지는 4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중국인은 국내 부동산 시장의 큰손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최근 사드 갈등 여파에 이들의 ‘한국 부동산 쇼핑’도 기세가 한풀 꺾이는 양상이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C중개업소 관계자는 “주말이면 재중 동포나 중국인이 20명 가까이 상가나 땅 매입 문의를 위해 찾곤 했는데 지난달부터는 그 수가 절반 이하로 뚝 줄었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매출이 줄어들며 주요 상권도 임대료도 하락하고 있다. 중소기업청 산하 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명동과 남대문시장이 속한 서울 종로구 중심 상권 1층의 ㎡당 월 임대료는 전 분기에 비해 3.5% 하락했다. 3분기까지는 상승 또는 보합세가 이어지던 곳이었다. ‘제주 속 중국’이라고 불리는 제주시 연동의 바오젠거리도 1층 월 임대료가 전 분기 대비 0.8% 하락했다. 지하(-1.6%)와 2층 이상(-2.2%)의 하락 폭은 더 컸다.
중국의 고액 자산가를 겨냥한 랜드마크 수익형 부동산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42~71층에 들어서는 주거용 오피스텔인 ‘시그니엘 레지던스’ (전용면적 133~829㎡)는 초고층 조망권과 호텔급 서비스로 중국 부호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의 건물이란 점에서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분양 대행사 관계자는 “지난해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진행한 홍보 행사 후 많은 중국 투자자가 현장을 방문하기로 했었는데 사드 갈등 후 방문 일정을 미루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7일 본계약을 앞두고 있는데 분양률이 얼마나 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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