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용(41ㆍKIA)이 또 한번 ‘비운의 주인공’이 됐다.
임창용은 6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서울라운드 이스라엘과 개막전에서 1-1로 맞선 연장 10회초 팀의 8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임창용은 선두 타자를 3루수 땅볼로 잡고 산뜻하게 출발했지만 후속 아이크 데이비스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후 라이언 라반웨이에게 중전 안타를 맞아 1사 1ㆍ3루에 몰렸다. 스퀴즈 번트를 시도했던 8번 타일러 크리거를 투수 뜬 공으로 처리해 한숨을 돌리는 듯 했지만 9번 스콧 버챔에게 일격을 당했다. 버챔은 2루수 왼쪽으로 빠지는 안타성 타구를 날렸고, 2루수 서건창이 몸을 던져 잘 잡았지만 송구 시 공이 손에서 빠지지 않았다. 이 때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결승점을 올렸다. 대표팀은 이어진 10회말 반격에서 힘 없이 물러났고 결국 1-2로 졌다. 임창용이 패전투수로 기록됐다.
임창용은 8년 전 2회 WBC 대회에서도 실투 하나로 눈물을 흘렸다. 일본과 결승 당시 연장 10회 2사 2ㆍ3루에서 벤치는 타석에 선 스즈키 이치로를 거르라는 사인을 냈지만 임창용은 이를 보지 못하고 정면승부를 했다. 그 결과 이치로가 2타점 적시타를 쳐내며 한국은 결국 3-5로 패했다. 임창용은 경기 후 “사인을 잘 못 봤다”며 “이치로와 승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공이 가운데로 들어갔다. 실투였다”고 아쉬워했다.
그로부터 긴 시간이 흘러 불혹을 넘긴 나이에 태극마크를 달고 대회 개막전에서 경기 막판 중요한 임무를 맡았지만 또 한번 고비를 넘지 못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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