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태극마크를 단 ‘끝판왕’ 오승환(35ㆍ세인트루이스)이 실력으로 모든 것을 말했다.
오승환은 6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서울라운드 이스라엘과 1차전에서 1-1로 맞선 8회초 2사 만루에 등판했다.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 오승환이 임창민에게 공을 넘겨 받자 관중석은 달아올랐고, 연습 투구를 할 때마다 탄성을 내뱉었다.
오승환은 첫 타자 스콧 버챔을 상대로 초구부터 ‘돌직구’를 꽂아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2구째는 시속 150㎞를 찍었지만 볼로 판정됐고, 3구째 148㎞ 직구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1볼2스트라이크에서는 다시 한번 148㎞ 직구를 뿌렸고, 버챔은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한 공에 방망이도 대지 못한 채 루킹 삼진으로 돌아섰다.
급한 불을 끈 오승환은 9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 타자 샘 펄드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지만 이스라엘의 유일한 현역 빅리거인 타이 켈리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3번 블레이크 게일렌은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4번 네이트 프라이먼은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임무를 마쳤다. 이날 투구 수는 20개였고, 전광판에 찍힌 최고 속도는 150㎞였다.
오승환은 대표팀에 승선하기까지 어려움이 걸렸다. 한국과 일본을 평정하고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정상급 마무리로 거듭난 오승환이지만 2015년 10월 불법 해외 도박에 따른 징계와 비난 여론 탓에 당초 WBC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사법 처벌(벌금 1,000만원)은 이미 받았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 징계를 소화하지 못한 것이 주된 이유였다. 오승환은 지난해 1월 KBO로부터 ‘KBO리그 복귀 시 한 시즌 50%(72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으나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기 때문에 징계를 치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오승환을 대표팀에 뽑아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했다. 그러나 빅리거들의 출전이 불투명해 대표팀 전력이 약해지자 오승환의 발탁 의견이 고개를 들었다. 찬반 양론이 끊이지 않았던 가운데 김인식 대표팀 감독이 오승환을 “꼭 필요한 선수”라며 감싸 안고 최종 엔트리에 넣었다.
결국 오승환은 본 무대에서 김 감독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몸소 입증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