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이면 전세계 모든 나라의 기대수명은 늘고, 기대수명의 남녀간 간격은 줄어든다. 2030년 태어날 한국여성의 평균 기대수명은 세계 최초로 90세가 넘고, 한국 남성의 기대수명도 1위를 기록해 한국이 최장수국이 된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대와 국제보건기구(WHO) 연구팀이 지난달 세계적 의학저널 란셋(The Lancet)에 게재한 전망이다.
산업화된 35개국 비교에서 우리나라가 최장수국에 선정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과 시민의식 향상뿐만 아니라 공중보건위생과 영양상태 개선, 의료보험제도로 병∙의원 문턱이 낮아져 각종 질환의 조기 진단ㆍ치료와 체계적인 만성질환 관리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인 수명과 관련이 있는 고혈압ㆍ당뇨병 등 만성질환 관리는 약물 치료뿐만 아니라 적절한 운동이 중요하다. 특히 다리 관절 건강이 필수다.
최근 인구 노령화로 무릎ㆍ엉덩이 부분의 퇴행성 관절염,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증, 골다공증 등 여러 이유로 관절이 심하게 파괴돼 통증과 함께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늘고 있다. 특히 만성 질환 환자에게는 관절 질환을 적극 치료함으로써 운동능력을 높여 삶의 질을 개선하고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인공관절수술은 관절질환에 시행하던 어떤 수술법보다 통증을 빨리 없애주고 운동 회복 등 효과가 탁월하다. 엉덩이ㆍ무릎관절에 가장 많이 적용되고, 어깨ㆍ팔꿈치 관절에도 부분적으로 시술되고 있다. 최근 생체 인공관절 재료로 강화 플라스틱이나 세라믹 등과 같은 반영구적 소재가 개발되고 한국형 좌식생활에도 적합한 디자인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프로야구 선수나 암벽 등반가 등과 같이 고강도 운동이 필요한 이에게도 성공적으로 시술되고 있다. 또한 수술법 발달로 관절 주변조직 손상을 줄이고 마취와 수술에 따른 위험이 줄고 있다. 또한, 입원기간 단축, 빠른 회복, 지기 재활이 가능해져 수술 후 수영, 등산, 자전거 타기 등 다양한 스포츠활동이 가능해졌다. 80세 이상 노인의 수술도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관절 건강이 4대 중증 질환 못지 않게 삶의 질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데도 건강보험 보장성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관절 질환이 많이 발병하는 노인의 상당 수가 적은 수입에 의존하거나 연금혜택조차 받지 못해 좋은 치료법이 있음에도 200만 원이 넘는 본인 부담금 때문에 수술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가용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4대 중증 질환을 우선 순위에 두는 정책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다. 그러나 늘어난 수명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삶의 질이다. 노인의 관절 질환 특히 인공관절 수술비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사회 안전망을 조속히 갖출 필요가 있다.
박윤수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진료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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