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추가도발로 체면을 구기면서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반대 목소리는 더욱 키웠다. 막다른 골목에서 빼내 준 북한이 뒤통수를 치며 사드 배치 명분만 키운 꼴이지만, 북한의 도발과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묶어 ‘양비론’으로 비켜가면서 사드 문제와는 선을 그은 것이다. 하지만 대북 영향력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오는 만큼 중국으로선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중국은 6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4발을 쏘며 무력시위를 벌이자 이를 비난하는 동시에 한미 연합 독수리훈련에도 우려를 표명하는 양비론을 펼쳤다.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위반하고 탄도미사일 발사 활동을 하는 것을 반대하며 북한을 겨냥한 한미의 대규모 연합 군사훈련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각 측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훈련을 동급으로 취급한 것이다.
겅 대변인은 이어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김홍균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지난 3일 통화 사실을 언급하며 “우 대표는 한미 연합 군사 훈련과 한국 내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엄중한 우려를 표명하고 유관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길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이 같은 대응에는 사드 문제와 이번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무관함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북한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을 비난한 뒤 곧바로 한미 합동훈련을 문제삼은 건 은연중에 북한의 이번 도발이 한미 양국의 자극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북한의 잇따른 핵ㆍ미사일 도발 때문에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가 필요하다는 한미 양국의 주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실제 우리 정부는 이날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사드 배치 속도전의 명분으로 삼은 반면 중국은 전혀 다른 맥락에서 사드 반대를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도 내부적으로는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지난달 28일 중국이 리길성 북한 외무성 부상을 베이징으로 정식 초청하면서 김정남 암살 사건 등으로 궁지에 몰렸던 북한을 끌어안는 모양새를 취하자마자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비난받을 도발을 또 다시 자행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거듭 부인하지만 북한의 핵ㆍ미사일 문제에 대한 ‘중국 책임론’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중국 입장에선 북한에 대해 실질적인 영향력 행사가 쉽지 않다는 점도 확인됐다. 이틀 전까지 중국에 머물렀던 리길성 북한 외무성 부상으로부터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언급이 전혀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미국과 대등한 관계를 확보하려는 자신의 필요에 의해 북중 협력관계를 과시할 수는 있지만 ‘핵 보유국’을 향한 북한의 질주는 중국의 통제범위 바깥에 있음이 간접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은 그간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 책임론을 외면하면서 자신들이 필요할 때마다 북중 우호관계를 과시해왔다”면서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가 아닌 한 중국은 북한의 도발을 한미일 3국의 제재 일변도 정책 탓으로 돌리며 사드는 별개 문제로 취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