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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서 때문에…”…‘자소서포비아’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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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서 때문에…”…‘자소서포비아’ 주의보

입력
2017.03.0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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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취업은 제가 하는데 부모님 학력과 직장 내 직위는 왜 물어보는 걸까요?”

취업준비 2년째에 접어든 이한글(26ㆍ가명)씨는 아직도 자기소개서 쓰는 게 두렵다고 했다. 키나 몸무게는 물론이고 본적을 묻는 질문은 물론이고 집이 자가인지, 전세인지도 써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부모의 신상까지 요구하는 기업들을 보면 당황스럽다. 이씨는 “직무 역량과는 무관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이런 항목도 평가 대상인 것 같아서 두려움도 느낀다”며 “혹시나 부족한 경제적 여건으로 입사에 불이익을 받진 않을지 걱정이 앞서면서 자기소개서 항목만 봐도 무섭다”고 토로했다.

취업준비생들에게 자기소개서는 큰 부담이다. 개인이나 가족들의 신상처럼 직무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채워야 할 항목을 접할 경우, 전해오는 압박감은 더해진다. 실제 가족 월소득이나 학비 조달 방법은 고사하고 신체사이즈까지 묻는 기업도 있다.

자기소개서 작성에 드는 시간도 적지 않다. 최근 취업포털사이트인 잡코리아에서 지난해 하반기 취준생들을 상대로 조사한 자기소개서 작성 평균 시간은 4시간 이상으로 나타났다. ‘자기소개서’와 공포증을 뜻하는 영어 ‘포비아(Phobia)’가 합쳐진 ‘자소서포비아’란 신조어까지 나도는 이유다.

자기소개서에 나온 난해한 문제들도 취준생들에겐 공공의 적이다. “자기 자신을 스스로 깎아 내리는 ‘디스’를 해보세요”(A방송사 2016년 하반기 신입 공채), “무엇이 당신을 움직이게 하는지 기술해 주십시오.” (B사 2017년 상반기 신입 공채) 등이 최근 자기소개서에서 등장한 항목들이다. 얼마 전 대기업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해 자기소개서 모임에 가입했다는 취준생 김유리씨(26)는 “신입인데 경력을 기술하라고 하거나 회사의 미래 전략을 짜라고 하는 건 정말 어렵다”며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취준생들 사이에선 입사 면접과 더불어 자기소개서 공부를 위한 별도 모임 가입은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지고 있는 실정이다.

자기소개서를 위해 취미까지 억지로 바꿔야만 하는 사례도 나온다. 영업직을 희망한다는 취준생 이정균(가명ㆍ27)씨는 “취미로 TV를 본다고 하면 내향적인 사람으로 비춰질까 두려워서 아버지와 가끔 등산을 가긴 해서 취미를 외향적인 등산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각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자기소개서의 모든 항목에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A상선회사 인사담당자는 “취미생활 같은 부분은 말 그대로 참고사항이거나 면접 때 지원자와 원활한 대화를 위해서다”며 “인턴이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직무에 적합한 사람임을 각인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빛나 인턴기자(숙명여대 경제학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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