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드라마 ‘시그널’로 수사물 열풍을 불러온 김은희 작가. 그의 차기작인 좀비 소재 드라마를 ‘넷플릭스’가 품었다.
세계 최대 유료 동영상 업체 넷플릭스는 좀비 소재 사극 드라마 ‘킹덤’을 제작한다고 6일 발표했다. 8부작인 킹덤은 시그널의 대본을 쓴 김 작가가 집필하고 지난해 개봉해 700만 이상의 관객을 모은 영화 ‘터널’의 김성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넷플릭스 측은 “조선의 왕세자가 의문의 역병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라 전체를 위협하는 잔혹한 진실을 밝혀내는 이야기”라며 “내년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 국가, 9,300만 가입자에게 독점 공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월 국내 상륙한 넷플릭스가 조용히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미 수백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한 토종 서비스들을 앞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한편 한국 콘텐츠가 잇따라 출격하는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 성장할 것이란 기대가 맞선다.
국내 가입자 13만명, 기 못 펴는 넷플릭스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넷플릭스의 국내 가입자는 13만명 정도다. 국내 유료 동영상 서비스 중 가장 많은 가입자를 둔 ‘옥수수’(SK브로드밴드)가 950여만명, 지상파 콘텐츠 연합 서비스인 ‘푹’과 CJ E&M ‘티빙’이 각각 130여만명, 60만명의 가입자를 둔 것에 비하면 크게 적다. 특히 넷플릭스가 지난해 4분기에만 전세계에서 700만명의 가입자를 추가한 것을 감안하면 한국 성적은 초라한 편이다.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한국 콘텐츠 부족과 경쟁 서비스들 대비 비싼 요금이 꼽힌다. 여전히 넷플릭스에서는 지상파 방송이나 최신 한국 영화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190개국을 아우르는 방대한 콘텐츠는 넷플릭스만의 장점이지만, 해외 콘텐츠 소비에 익숙하지 않은 대다수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 콘텐츠 잇따라 출격… 국내 업체도 긴장
하지만 한국 시장을 겨냥한 콘텐츠가 잇따라 출격하는 올해는 분위기가 다소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 측은 “넷플릭스는 새로 진출한 모든 국가에서 최소 3년이 지나면서 이용자가 두 자릿수 성장하며 수익을 내는 경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이미 지난달 24일 방송인 서경석, 박경림 진행의 글로벌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 ‘비스트 마스터’를 선보인 넷플릭스는 최근 봉준호 감독이 제작 중인 영화 ‘옥자’의 예고편도 공개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무려 5,000만달러(약 578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옥자는 6월 넷플릭스 단독 개봉을 앞두고 있다. 넷플릭스는 천계영 작가의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을 기반으로 제작 중인 한국 드라마도 내년 선보일 예정이다.
이에 맞서 국내 업체들도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마녀를 부탁해’ 등 옥수수 독점 콘텐츠 10편을 선보인 SK브로드밴드는 올해 자체 제작 규모를 20여편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원래 5,000원이었던 U+비디오포털의 월 요금을 3,000원으로 낮췄고, CJ E&M 티빙은 tvNㆍ엠넷ㆍ온스타일 등 자사 채널의 실시간 방송을 1월부터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한국 공략에 박차를 가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며 “볼거리가 많아지고 가격 인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에게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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