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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광고에 뿔난 이슬람 불편러들, 왜?

입력
2017.03.0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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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레이트의 구 도심. 히잡을 쓴 여성이 문 앞에서 주변을 살핀 뒤 조깅을 시작한다. 또 다른 여성은 히잡을 쓰고 길게 늘어뜨린 무슬림 전통 의상을 휘날리며 스케이트보드를 탄다. 무슬림 중년 남녀가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운동을 계속한다.

무슬림 여성들의 스포츠 참여를 응원하는 나이키 광고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말 중동 시장을 겨냥해 제작된 1분11초 분량의 이 광고에는 튀니지 출신 펜싱선수, 요르단의 복싱선수, 아랍에미레이트의 피겨스케이팅 선수 등 이슬람 국가의 여성 선수들이 열정적으로 훈련하는 모습이 담겼다. 광고엔 ‘그들은 당신이 동등하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당신은 그들을 놀라게 할 것이다’ 등의 메시지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 광고는 이내 예기치 못한 역풍에 휩싸였다. 광고 속 모습이 오히려 무슬림 사회에 대한 편견을 조장한다는 비판에 직면하면서다. 무슬림 여성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나는 길거리에서 조깅할 때 히잡을 쓰지 않는다”, “나이키의 광고는 이슬람 세계를 완전히 잘못 표현했다”는 등의 지적을 쏟아냈다.

‘눈치보며 조깅하는 무슬림 여성’ 사실과 달라

2016 리우올림픽이 태권도 여자 57kg 경기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이란의 키미아 알리자데 제누린 선수가 지난해 8월 18일 자국 국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2016 리우올림픽이 태권도 여자 57kg 경기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이란의 키미아 알리자데 제누린 선수가 지난해 8월 18일 자국 국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슬람교 특성상 여성들의 스포츠 참여가 비이슬람권 국가에 비해 저조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이키 광고와는 달리 상당수의 무슬림 여성들은 프로 스포츠선수로 활동하거나 생활 속에서 운동을 즐기고 있다.

무슬림 여성들의 스포츠 참여는 알려진 것 보다 더 많다. 테니스의 경우 아랍에미레이트(1993), 우즈베키스탄(1999)등 이슬람 국가들이 1990년대부터 여성 챔피언십 경기를 개최했다. 2010~16년에는 터키와 아제르바이잔 배구팀이 여성 배구 월드 챔피언십의 챔피언 타이틀 7개 중 5개를 차지했다. 지난해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는 이집트의 역도선수 사라 아메드, 이란의 태권도 선수 키미아 알리자데 제누린 등 14명의 무슬림 여성 선수들이 메달을 땄다. 이 외에도 2005년 두 이란 여성이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시도가 이어졌다.

생활 체육을 자유롭게 누리는 무슬림 여성들도 상당수다. 쿠웨이트 남부 아샵 알바흐리 거리에 있는 여성 전용 피트니스 센터에서는 젊은 여성들이 운동을 마친 뒤 몸에 딱 달라붙는 바지와 민소매 셔츠, 힙합 모자를 쓰고 밖으로 나왔다(세계는지금). 쿠웨이트, 이란 등 상당수의 이슬람 국가들은 2000년대 이후 이처럼 여성 스포츠를 지원하기 위한 인프라를 마련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여성 신체활동을 엄격히 제한하지만 2014년부터는 프린세스 노라 여자대학에서 한국의 여성 체육강사들을 초청해 생활체육 강의를 시작하는 등 변화를 보이고 있다.

“문화적 다양성 무시한 기준이 오히려 장애물이다”

무슬림들이 나이키 광고에 대해 불편해 하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및 서구 유럽 국가들이 무슬림 여성 인권신장을 독려하면서도 국제 스포츠 대회에 이슬람교의 전통을 허용하지 않는 등 구조적으로 무슬림 참여를 제한했다는 것이다.

실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12년까지 올림픽에서 히잡 등 이슬람 전통 복식 착용을 금지했다. 이슬람교의 단식 성월인 라마단 기간을 피해 올림픽 개최날짜를 정한 것도 2012년 이후부터다. 국제축구연맹(FIFA) 역시 2014년까지 히잡 착용을 금지하는 등 무슬림 여성 선수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제한은 최근까지 이어져왔다. 무슬림 여성들은 대회 참가를 위해 수년간 지켜온 종교적 신념을 어겨야 하는 어려운 선택을 마주했던 것이다.

때문에 나이키가 정말 이슬람 여성 스포츠 부흥을 원한다면 현실적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캠페인에 나서는 게 낫다는 지적도 나온다. 팔레스타인의 여성운동가 레일라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나이키의 광고 속 여성들 상당수는 히잡을 착용하지 않는 특별한 선수들”이라며 “광고를 만들 비용으로 히잡을 착용하는 대부분의 무슬림들을 위한 체육환경을 지원하는 것이 이슬람 여성스포츠를 지원할 더 현실적인 방법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이키 광고에 출연한 아랍에미레이트의 가수 발퀴스 파티. 유튜브캡쳐
나이키 광고에 출연한 아랍에미레이트의 가수 발퀴스 파티. 유튜브캡쳐

논란 자체가 인권신장의 증거

나이키 광고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슬람 국가간에도, 지역 별로도 관습 차이가 크기 때문에 광고 내용이 편견이냐 아니냐에 대한 논쟁엔 쉽게 답을 내놓기 어렵다.

이집트의 무슬림 칼럼니스트 모나 엘타하위는 광고가 이 같은 논쟁을 촉진시킨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엘타하위는 “광고는 이슬람 세계의 여러 여성들에게 혼란스럽지만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며 “여성들 스스로 자신들이 속한 세계의 진실과 이를 바라보는 외부세계의 시선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쟁하고 있다는 것이 바로 이슬람사회의 인권이 신장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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