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측과 학교 정상화를 요구하는 학생ㆍ교사 간 갈등으로 2년 째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는 대전예지중ㆍ고가 새학기부터 다시 학사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6일 예지중ㆍ고에 따르면 재단 측은 교장 자격증이 없는 유정복 교장을 지난 2일자로 면직처리하고, 심의두 이사(전북 완주군 화산중학교 이사장)를 새 교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유 교장은 면직 전날 전 교직원을 대상으로 신학기 부장 교사 및 업무분장을 강행하고, 결과를 이날 밤 9시 30분 문자메시지로 통보했다. 여기에는 재계약도 하지 않은 3년 차 기간제 교사를 교무부장으로 임명하는 내용도 담겼다. 학내에선 정교사를 배제한 채 기간제 교사를, 그것도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사실상 외부인으로 볼 수 있는 인사에게 교무부장직을 맡기는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유 교장은 이도 모자라 2일과 3일로 예정됐던 입학식과 개학식을 오는 13일로 연기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학생과 교사들에게 보냈다. 그러나 학교정상화교사비대위 측은 수업일수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등교일을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해 출석하고 있는 100여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입학식은 신입생들에게 이미 안내가 돼 있는 점 등 여러 여건을 고려해 13일 진행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수업은 당분간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힘들다. 예지중ㆍ고는 예산(3,000여만원) 부족으로 아직 학생들이 사용할 새학기 교과서도 준비하지 못했다. 학급 및 교과 담임도 정해지지 않았고, 사직한 1명을 제외한 6명의 기간제 교사와 재계약하지 않아 제대로 수업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재단 측이 해임한 유영호 교감의 복직을 둘러싼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재단 측이 새로 임명한 심 교장은 학생ㆍ교사비대위에 유 교감의 복직을 약속했지만 이사들이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면서 첨예하게 부딪치고 있다.
심 교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부장교사 문제를 바로잡고, 절차를 거쳐 유 교감을 복직토록 노력하겠다고 학생과 교사들에게 약속했지만 이사회에서 이를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전교육청은 예지중ㆍ고의 학사 파행이 여전한 만큼 보조금 중단과 신입생 모집 제한 등을 해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오는 9일로 예정된 재단 이사 전원 승인 취소 처분 취소 소송 1심 판결 결과를 지켜본 뒤 해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교사비대위 관계자는 “정상화를 염원하는 학생과 교사들은 엄동설한에도 거리에서 재단에 학교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재단 측은 아직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이사직을 유지하며 학교 운영을 하려고 몽니를 부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9일 1심 판결에서 재단 이사들의 잘못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나 퇴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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