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중고교 1.5%, 83곳 신청
“외부 공격 우려” 명단 미공개
수업시간 활용 여부도 안 밝혀
학교장 독단이나 학운위 생략 등
신청 과정 결함 감추기 의구심
전국 83개 중고교가 국정 역사교과서를 보조교재로 활용하겠다고 신청했다. 전국 중고교 70곳 중 1곳 꼴이다. 그러나 신청학교 명단과 교과서 활용 용도 등이 공개되지 않은 ‘깜깜이 보조교재’여서 향후 또 다른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3일까지 국정교과서 활용 희망 신청을 접수한 결과 전국 83개(공립 22개, 사립 61개) 중고교가 신청했다고 6일 밝혔다. 중학교 33곳, 고등학교 49곳이 신청했으며 특수교육 대상자들이 다니는 특수학교 1곳도 신청했다. 전국 중고교(5,564개)의 1.5% 정도다. 지역별로는 경북이 19개로 가장 많고, 경기(13개) 서울(11개) 충남(10개) 대구(6개) 순이었다. 이들 학교는 중학교 역사 1ㆍ2 1,606권, 고교 한국사 2,376권 등 총 3,982권을 신청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달 15일까지 신청 학교에 교과서를 배포할 계획”이라며 “그밖에 전국 28개 국립 중고교와 22개 재외 한국학교에도 학교 별로 20부 내외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그러나 신청 학교 명단과 학교별 교과서 활용 용도는 공개하지 않았다. 신청 학교는 ▦학급별 읽기 자료 ▦도서관 비치 ▦역사동아리 및 방과후 학교 ▦교수ㆍ학습 참고자료 ▦역사수업 보조교재 중 활용 용도를 적어냈는데, 보조교재로 신청한 경우 수업시간에 가르치는 것은 물론 시험에도 출제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교육부 관계자는 “활용 용도는 각 학교가 정할 부분이어서 보조교재로 사용하는 학교가 몇 곳인지 집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청 학교 명단 미공개에 대해서는 “외부로부터 공격받을 우려가 있어 학교를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 같은 ‘깜깜이’ 진행이 신청 과정에서의 결함을 감추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적지 않다. 신청학교 대다수가 사립학교라는 점을 감안할 때 담당 교사와의 합의 등 내부절차 없이 학교장 독단이나 사학재단의 외압으로 신청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역사교과서국정화저지 특별위원회는 이날 “83개교가 학운위, 교사협의회 등 초중등교육법에 맞게 신청했는지 검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사나 학생, 학부모는 국정교과서 배포 전까지는 학교 측의 신청 사실도 모를 가능성이 높아 학내 갈등도 우려된다. 특히 수업시간에 활용하는 보조교재로 쓸 경우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편, 국정교과서는 전국 유일 국정교과서 연구학교인 경북 경산 문명고에서도 외면당하고 있다. 이 학교 한국사 교사는 국정교과서 사용을 거부하고 기존 검정(천재교육) 교과서로 1학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에 학교 측은 지난 4일 국정교과서로 역사 수업을 할 기간제교사 긴급 모집 공고를 낸 상태다. 문명고 관계자는 “기간제 교사가 투입될 경우 일부 학부모들이 국정교과서를 교육부로 돌려보내겠다고 하는 등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에는 문명고와 같은 재단 산하인 문명중학교도 보조교재를 신청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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