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ㆍ학원 외벽에 학생 이름과 합격 학교, 성적 등을 공개하며 서열화를 조장하는 광고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학교ㆍ학원가의 ‘나쁜 광고’ 개선 캠페인을 실시한 결과, 시민 제보 450여건이 접수돼 관할 감독기관에 개선을 요청했다고 6일 밝혔다.
제보 가운데 ‘합격현수막’은 가장 큰 문제로 꼽혔다. 230건(51%)에 달하는 합격현수막 중에는 ‘서울대-김○수’처럼 이름 한 글자만 가리는 등 개인정보공개 단속망을 피하면서 서열화를 조장하는 광고가 여럿 포함됐다. 경기의 한 고등학교는 지난해와 올해 이러한 합격현수막을 철거해달라는 요청을 받고서도 외벽에서 철거 후 다시 학교 내부에 부착하는 ‘꼼수’를 반복하기도 했다.
성적, 출신 고교, 석차를 비롯 개인정보를 낱낱이 공개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학원 외벽은 물론 주요 도로 대형 광고판에 성적표를 복사해 그대로 게시하거나, 수강생 전체 이름과 성적을 순위대로 줄 세워 빼곡히 붙여놓는 등 형태도 다양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측은 해당 제보를 근거로 교육부와 시ㆍ도교육청에 명확한 단속ㆍ조치 근거 마련을 요구했다. 현행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에 ‘학습자의 개인정보를 공개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해선 안 된다’는 조항을 신설하고, 이를 어길 시 행정 처분하는 내용을 명시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러한 광고들이 학벌 문화를 조장한다고 거듭 지적했으나 후속 조치가 마련되지 않아 근절이 더디다”며 “제도적 장치를 통해서 학생유치에만 골몰해 불필요한 경쟁을 유발하는 학원들을 제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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