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ㆍ미니멀 라이프 발맞춰
장남감ㆍ유아용 카시트 등 서비스
“불경기 가계에 큰 도움” 호평
“대여품목ㆍ장소 늘려야” 의견도
최근 공유경제와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불경기 탓에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굳이 구매를 하지 않고 이웃과 공유하며 살아가겠다는 인식이 강하다. 지방자치단체도 각종 생활용품을 무료로 대여해주는 등 젊은 세대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3일 오후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를 찾았다. 커튼을 설치하기 위해 필요한 전동드릴을 빌리기 위해서였다. 센터 내 마을복지팀 담당자를 만나 신분증을 보여준 후 간단한 서류를 작성하자 곧바로 드릴을 받아 들 수 있었다.
주민센터에 비치된 전동드릴은 보쉬(BOSCH) 풀세트 제품으로 구매가는 20여만원에 달한다. 구매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제품이다. 10가지 모양의 드라이버 꼭지와 50여개의 나사도 넉넉히 들어 있었다. 담당자가 구성품을 확인하고 작동유무를 체크했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10여분 남짓이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지난 달 공구대여 서비스를 시작한 뒤 10여명의 주민이 드릴을 빌려 갔다”며 “대여기간(3일)을 고려하면 끊이지 않고 대여가 이뤄졌던 셈”이라고 말했다.
사용하는 과정에서 만족도는 높은 편이었다. 전동드릴 세트에 포함된 부속품을 이용해 벽에 구멍을 내고 나사를 돌리자 잘 작동했다. 여러 명이 함께 쓰는 물건이다 보니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있었지만 기우였다.
실제로 시민들의 공구대여 요구는 급증하고 있다. 2012년 강동구가 공구대여를 시작한 이후 서울 자치구가 운영하는 공구대여소는 현재 218개로 늘었다. 대여소 위치 역시 주민센터, 대형 아파트 단지 등 생활반경에 최대한 가까운 곳에 자리잡았다. 공구 종류도 전동드릴, 사다리, 스패너, 망치, 줄자, 렌치 등으로 다양해졌다. 이날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방문한 김모(35)씨는 “1년에 몇 번 쓰지 않는 공구를 필요할 때마다 빌려 쓸 수 있어 가계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장난감 대여서비스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장난감 하나가 10만원을 훌쩍 넘는 시대에 주기적으로 새로운 장난감을 대여할 수 있는 서비스에 부모와 자녀 모두 만족도가 높다. 서울시는 2001년부터 지하철2호선 을지로입구역에 녹색장난감도서관을 만들고 6,800여개의 장난감을 대여해주고 있다. 연회비 1만원을 내면 만 72개월 이하 아이는 횟수에 관계없이 최대 2주일간 장난감을 빌릴 수 있다. 직접 방문이 어려운 가정을 위해 택배로 장난감을 배달해주기도 한다.
이 같은 맞춤형 서비스 덕에 대여건수는 ▦2013년 3만9,685건 ▦2014년 3만5,448건, 2015년 3만4,553건 ▦2016년 3만7,775건으로 꾸준하게 유지되고 있다. 최근에는 자치구 별로 운영하는 장난감 도서관 57곳이 생겨나 접근성도 향상됐다.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박모(36ㆍ여)씨는 “2013년 첫 아이가 태어난 뒤에 1,2주 간격으로 아이들 장난감을 바꿔주고 있다”며 “장난감에 금방 싫증을 내는 영유아에게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전했다.
이 외에도 서울시와 각 자치구는 유아용 카시트, 유모차, 자전거 등 시민들이 일상에서 필요한 제품을 무료로 대여해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여용품의 수가 부족하고, 대여장소도 더욱 확대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동대문구에서 만난 한모(34)씨는 “집 근처에 공구대여소가 없어 옆 동네까지 물건을 빌리러 왔지만 전동드릴처럼 인기가 높은 제품은 못 빌릴 때도 있다”고 지적했다. 양윤희 서울시 공유도시팀장은 “동별 수요파악을 통해 대여품목과 대여소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ㆍ사진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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