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친환경 자동차’는 전기차가 아닌 수소차다. 전기를 만드는데 화석연료를 쓰는 한 언젠가는 전기차가 수소차에게 자리를 내줄 거란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2013년 세계 처음으로 수소차 양산 체계를 확보했다. 하지만 수소차 보급은 미국과 일본, 독일에 한참 뒤져 신시장 창출이 제자리걸음이다. 다행히 수소차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이에 민관이 함께 ‘융합얼라이언스’라는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최근 출범한 수소융합얼라이언스 추진단은 올해 수소충전소를 최대 100곳 더 만들 계획이다.
수소차는 연료탱크에 수소를 채우고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시켜 만든 전기로 모터를 돌린다. 물만 배출되는 무공해 자동차이면서 전기차와 달리 배터리가 필요 없어 가볍고 효율이 좋다. 하지만 충전할 곳이 없다. 싸고 안정적으로 수소를 공급받기 어려운 탓에 수소충전소는 전국에 8곳뿐이다. 일본과 독일은 90곳이 넘고, 미국은 캘리포니아주에만 50곳 이상이다. 수소차 관련 기업들과 정부 부처, 공공기관으로 구성된 수소융합얼라이언스의 첫 미션이 바로 충전소 보급이다. 이승훈 수소융합얼라이언스 추진단 사무총장은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도심 위주로 50~100곳의 충전소 건설을 추진하는 게 올해 목표”라고 말했다.
수소차 시장이 확대되면 기존 에너지업계는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이를 내다본 SK가스는 선제적으로 수소융합얼라이언스에 합류했다. 민간 에너지기업으론 유일하다. 액화석유가스(LPG)의 질을 바꿔 수소로 만드는 일본 수소충전소를 벤치마킹하겠다는 전략이다. SK가스 관계자는 “LPG 충전소에 개질기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수소충전소를 늘려간다면 투자와 운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 신시장 진출은 ‘맨땅에 헤딩’이나 다름 없다. 정부도 신시장이 열리기를 무작정 기다릴 수만은 없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모여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문제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신산업 분야별 융합얼라이언스를 만들기로 했다. 수소뿐 아니라 사물인터넷과 에너지저장장치(ESS), 가상현실, 고급소비재 등 16개 분야 융합얼라이언스가 출범했거나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산업경쟁력연구본부장은 “신산업 분야는 사회적 기반이 없어 아이디어가 실현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융합얼라이언스는 이를 단축하고 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시장에선 수요자와 공급자 간 ‘사전교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급자는 수요자가 뭘 필요로 하는지, 수요자는 공급자가 뭘 갖고 있는지 알아야 비즈니스가 성립한다. 융합얼라이언스가 이를 위한 소통의 장으로 자리잡을지 주목된다. 자동차융합얼라이언스에 참여한 한화첨단소재 관계자는 “미래 자동차 산업의 스마트와 경량화 트렌드에 부합하는 신소재와 신공법을 개발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성장동력 발굴이 절실한 조선 3사는 스마트선박융합얼라이언스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미래 조선 시장을 주도할 ‘스마트 선박’ 기술을 정부, 공공기관과 함께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생각이다. 기존 시장에선 민ㆍ관이 주로 견제 관계를 유지했지만, 신시장에선 동맹 관계가 절실하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글로벌 규제 대응이나 수요자 기반 확보 등을 위해 정부의 역할을 요구하는 통로로도 융합얼라이언스가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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