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3% “창조경제 혁신센터 낙제점”
44%가 “손톱 밑 가시 뽑기 미흡”
46% “대기업 위주 상생 힘들어”

중소기업들이 차기 정부에 바라는 지원책 1순위는 ‘규제해소‘와 ‘구인난 해소‘인 것으로 조사됐다. 박근혜ㆍ이명박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책에 대해선 ‘정권 초반 거창했던 발표 내용과는 달리 실제 집행은 매우 미흡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한국일보가 5일 중소기업중앙회(회장 박성택)와 공동으로 중소기업 대표 150명을 대상으로 ‘차기 정부에 바라는 지원책’ 등을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의 30% (45명)가 ‘과도한 규제를 해소해 달라’고 건의했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규제해소’를 1순위 정책으로 꼽았지만 현장에선 이를 체감할 수 없을 만큼 각박한 현실이 반영된 조사 결과로 풀이된다. 전자제품 부품을 제조하는 중소기업 A사 대표는 “‘‘손톱밑 가시 뽑기’ 등 새 정부가 들어 설 때마다 규제 철폐를 내세우지만 초반에만 반짝일 뿐 시간이 지나면 없던 일이 된다”며 “ “차기 정부에선 책임감 있게 보다 구체적으로 규제 해소 정책을 실행해 주길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손톱밑 가시 뽑기’는 중소기업이 현장에서 고통받고 있는 현실적이고 피부에 와닿는 애로사항을 우선적으로 해결해 주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중기 지원책이었다.
‘규제 해소’에 이어 이들이 꼽는 정부 지원책은 ‘구인난 해소’ 였다. 중소기업 대표 39명(26%)은 “청년 실업률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필요한 인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며 “차기 정부가 구인난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이밖에 ▦판로 개척(18%) ▦금융지원(15.3%) ▦해외진출(10.7%) 등도 중소기업 대표들이 차기 정부에 바라는 지원책으로 꼽혔다.
박근혜 정부를 포함한 과거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책에 대한 평가도 기대 이하였다. 중소기업 대표들은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9년간 중소기업 지원책에 대해 평가를 해달라는 질문에 전체의 46.7%(70명)가 낙제점인 ‘50점 미만’을 줬다. 또 28.7%(43명)는 낙제점을 가까스로 벗어난 ‘60점’을 줬고, 18% (27명)는 ‘70점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또 80점과 90점대를 준 기업은 각각 5.3%(8명)와 1.3%(2명)에 불과했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중기 지원책 낙제점
중소기업 대표들은 박근혜 정부 초기에 집중된 중소기업 지원책 효과에 의문을 나타냈다. 박 대통령은 집권 직후 ‘중소기업 대통령론’을 내세우며 다양한 중기 지원책을 쏟아냈다. 그 중에서도 ‘손톱 밑 가시 뽑기’로 표현되는 중소기업 관련 각종 규제 철폐는 박 대통령의 대표적인 중기 지원 사업 중 하나였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박근혜 정부의 ‘손톱 밑 가시 뽑기’에 대한 중기인의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손톱 밑 가시 뽑기’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전체의 44%(66명)가 ‘50점 미만’을 줬다. 이어 30%(45명)가 ‘60점’, 18%(28명)는 ‘70점’이라고 평가했다. ‘90점 이상’이라고 평가한 중소기업인은 1명(0.6%)밖에 없었다.
중소기업의 성장과 글로벌 진출을 돕기 위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혁신센터’에 대한 평가도 비관적이었다. 절반이 넘는 55.3%가 창조경제 혁신센터에 대해 낙제점인 ‘50점 미만’을 줬다. ‘60점 이상’은 27.3%, ‘70점 이상’은 10.6%였으나 ‘90점 이상’을 준 중기 경영인은 하나도 없었다.
중소기업 대표들은 정부 지원책이 기업 경영에 별 다른 도움이 안된 이유로 ▦공약만 발표하고 실제로 집행되지 않는 지원책(38%) ▦현장을 고려하지 않는 탁상공론식 지원(35.3%) ▦지원을 받기까지 너무 까다로운 절차(9.3%) 등을 꼽았다.
중기 25% “대기업ㆍ중소기업 상생 영원히 안될 것”
중소기업 대표들은 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가 고착화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ㆍ중소기업 간 상생 생태계가 완성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다수였다.
실제 이번 설문조사에서 중소기업 대표 26%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하는 산업 생태계가 구축되는데 ‘2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측 간 상생 생태계가 ‘영원히 구축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도 25%에 달했다.
대ㆍ중소기업 간 상생 구조가 구축이 안 되는 이유로는 전체의 46%가 ‘대기업 위주로 짜여진 경제구도 고착화’를 꼽았다. 이어 중소기업 위에 군림하려는 ‘대기업 마인드’ (35.3%), 정부의 지속적인 ‘대기업 우대 정책’(13.3%)도 대ㆍ중소기업 간 상생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중소기업과 상생하려는 대기업의 상생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응답이 59.3%로 가장 많았다. ‘중소기업 정책지원 등 정부의 의지’와 ‘기술개발 등 중소기업의 자체 노력’을 꼽는 기업은 각각 29.3%와 8%였다.
최수규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대ㆍ중소기업 상생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대기업의 인식 전환”이라며 “중소기업이 무너지면 대기업도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대기업들이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