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 이하 소액 후원자가 96%
국정농단에 뿔난 여론이 동력
이재명 측 “22일 만에 10억 돌파”
범여권은 후원회 출범도 못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정권교체 여론이 거세지면서 선거 후원금 모금에서도 ‘야권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범여권 대선주자들이 아직 후원회를 개설하지 않은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는 이틀 만에 7억원, 이재명 성남시장은 약 3주만에 10억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올렸다. 특히 큰 손들의 거액 후원 대신 소액의 ‘개미 후원’이 답지해 폭넓은 지지세를 보여주고 있다며 고무된 분위기다.
문 전 대표의 선거캠프인 ‘더문캠’ 측은 5일 후원 현황을 공개하며 “후원계좌를 연 지 이틀만인 4일 7억3,108만105원을 모금했다”고 밝혔다. 이틀 만에 경선 후원금 한도(24억원)의 30% 가량을 모은 것이다. 후원자는 총 1만127명으로, 이 가운데 96%(9,728명)가 10만원 이하 후원자다. 더문캠의 고민정 대변인은 “탄핵 집중을 위해 모집을 조용히 진행했음에도 자발적 개미 후원자들이 몰렸다”며 “정권교체의 여망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민주당 대선주자 중 지난달 9일 가장 먼저 후원금 모집을 시작한 이재명 성남시장 측도 모금 22일째인 이달 3일 10억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1만명이 넘는 후원자 다수가 서민, 비정규직 노동자, 미혼모 등 사회적 약자라는 게 이 시장 측 설명이다.
특히 캠프 측은 다수의 소액 후원자가 향후 선거 운동의 동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라며 반기고 있다. 이 시장 캠프의 김남준 대변인은 “지지율 정체에도 후원금이 10억원을 넘으며 여론조사에 반영되지 않은 ‘샤이 이재명 지지자’들이 밑바닥에 깔려 있음을 보여줬다”며 “당 경선 과정에서 지지율 반등의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다만 선거 전략에 따라 후원금 공개를 꺼리는 모습도 엿보인다. 안희정 충남지사 측 관계자는 “탄핵 국면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모금액 공개는 부적절하다”며 문 전 대표와 차별화했다. 최근 보혁을 아우르는 ‘대연정’을 화두로 내세우면서 보수층 자극은 피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역시 중도ㆍ보수로 외연확장을 모색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측도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이후 후원회 구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범여권 측은 후원금 모집 시기 등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탄핵 전까지 경선 논의를 하지 않기로 공식화해, 대선 주자들은 후원회 조직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 후원금 모금은 당의 경선 예비후보로 등록해야 가능하다. 3일부터 경선 후보 등록을 시작한 바른정당의 경우 남경필 경기지사가 이르면 6일 예비후보 등록과 동시에 후원조직을 출범할 계획이고 유승민 의원은 예비후보 등록 이후로 잡고 있다. 한 범여권 관계자는 “이미 야권으로 운동장이 기울어진 상황이라 후원금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냐”며 “범여권 주자가 개미 군단을 확보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라고 고충을 설명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대선주자 후원회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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