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는 세계적인 e-비즈니스그룹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淘寶)의 이름이 붙은 ‘타오바오촌(村)’이 1,311곳이 있다. 타오바오촌은 글자 그대로 타오바오를 통해 전자상거래를 활발하게 하는 농촌마을을 뜻한다.
중국 농촌지역의 전자상거래는 세계적인 인터넷 강국으로 통하는 우리보다 훨씬 앞서있다고 볼 수 있다. 한 마을에 등록된 타오바오 온라인몰 수가 전체 가구 수의 10% 이상이어야 하고 거래액도 1,000만위안(약 16억6,000만원)을 넘어야 타오바오촌으로 지정될 수 있는 점만 봐도 그렇다. 현재 타오바오촌에서 개설된 온라인몰 수는 30만개에 육박한다.
타오바오촌은 2013년 마윈(馬雲) 알리바바그룹 회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그는 낙후된 농촌지역의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려야 중국 경제의 안정된 성장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고, 알리바바가 농촌지역의 정보 불균형과 판로 부재 문제를 해결하되 소비자들에겐 품질 보증 역할까지 할 경우 승산이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2013년부터 매년 수백억위안을 들여 농촌지역의 전자상거래 기반을 구축했다. 또 타오바오대학을 설립해 농촌지역 주민들에게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하는가 하면 1,000여명의 현지 지도팀을 구성해 정기적으로 전국 각지의 타오바오촌을 방문하고 있다.
실제 성과는 눈부시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농산품 인터넷 소매거래총액(GMV)은 전년 대비 46.3% 증가한 2,200억위안에 달했다. 또 농민공의 귀향을 포함해 84만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됐고, 외지로 빠져나가는 인구를 1,200만명 감소시키는 효과도 거뒀다. 지난해 말 농업부는 “원자재와 부품 집중화, 관련 서비스업 발전, 창업 급증 등으로 타오바오촌 주변지역의 경제성장률이 주변지역에 비해 평균 20% 가량 높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타오바오촌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중국 내수시장의 무한가능성을 보여준 점이다. 온라인몰을 통해 지역 내 특산품이나 가내수공업 제품을 판매해 수익을 올린 주민들이 온라인몰에서 다른 공산품이나 소비재를 구매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개혁ㆍ개방 이후 동부연안 지역과 큰 격차가 벌어졌던 중서부 농촌지역이 새로운 생산거점이자 소비시장으로 주목받게 된 것이다.
항저우사범대학 알리바바 아카데미의 판즈강(范志剛) 교수는 “농촌과 중서부 내륙 지역이 전자상거래 산업 발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지방 정부들도 타오바오촌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면서 “일부 타오바오촌 밀집지역이 거대한 산업 클러스터로 변모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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