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는 방안을 미국이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열린 두 번의 국가안보회의에서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해 북한에 ‘극적 경고’의 효과를 내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한다. 미국의 새 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론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이는 한국의 독자 핵무장은 물론, 전술핵 재배치를 공식적으로 부인한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과는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전술핵 재배치는 지난해 북한이 4, 5차 핵실험을 연이어 강행한 이후 우리 정치권에서도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섰던 사안이다.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가 우선’이라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미국의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억제로 북핵에 대응한다는 기조여서 전술핵 재배치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전술핵 재배치가 거의 사문화한 1991년 남북‘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위반이어서 북한의 핵 도발 빌미를 주는 데다 동북아 핵무장 도미노를 부를 수도 있다.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 체제에 역행한다는 것도 부담이다. 다만 고도화하는 북핵을 저지할 유일한 대응책은 ‘핵균형’밖에 없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미국에서 전술핵 재배치가 하나의 선택지로 거론된다는 것은 미국이 북핵 문제를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지만 한편으로는 북핵을 저지할 ‘새 대북 접근법’을 설계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최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주류에서 벗어난’ 방안까지를 포함한 모든 가능한 대북 옵션을 논의하고 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 핵 동결을 현실적 협상목표로 상정하는 것부터 보다 강력한 금융ㆍ인권 제재, 선제공격과 북한 정권교체 등이 총체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술핵 재배치 언급은 미국의 대북 기조가 일단 보다 강경한 쪽으로 방향을 틀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중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이은 김정남 독살 사건으로 북핵 정국은 한층 혼미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너무 늦었다”며 김정은과의 대화 가능성을 사실상 차단했고, 중국은 리길성 북한 외무성 부상을 초청하는 등 신냉전 기류가 뚜렷하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취임 후 첫 한중일 3국을 순방할 예정이지만 사드 문제까지 중첩된 복잡한 동북아 정세를 풀 수 있을 지 미지수다. 미중 양국의 틈바구니에서 우리가 독자적 외교공간을 찾아낼 수 있느냐에 한반도의 명운이 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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