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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보험 깨거나 보험약관대출

입력
2017.03.0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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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보험 해약 급증…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자영업자 김모(46)씨는 최근 집주인 요구에 전세 보증금을 올려주기 위해 가입했던 연금 보험을 담보로 2,000만원을 대출 받았다. 이미 은행에선 전세 보증금 대출을 받은 터라 추가 대출이 어려웠다. 김씨는 “은행보다는 이자가 높지만 저축은행에 비하면 이자가 낮은 편이고 대출심사도 비교적 간편해 보험사를 이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살림이 어려워지면서 보험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보험약관대출이 크게 늘고 있다. 보험약관대출로도 부족해 결국 보험을 중도에 깨는 가입자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의 보험 해약이 두드러져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보험사가 고객에게 보험계약을 담보로 대출해준 금액은 총 53조7,000억원으로, 전체 보험사의 가계대출(109조원) 중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보험계약대출은 고객이 가입한 보험의 해지 환급금 범위 안에서 연 2~9%의 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상품이다. 주로 급전이 필요하거나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경우 이용하는 상품으로 경기불황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2011년 42조원 규모였던 보험계약대출금은 꾸준히 상승, 2014년 50조원을 돌파했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집값과 물가 상승 등으로 지출과 가계대출 규모는 커졌는데 은행권 여신심사는 오히려 강화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심사가 덜한 보험계약 대출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연구위원은 “향후 비은행권에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 이 같은 보험계약 대출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험계약대출 증가는 보험 해약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전 연구원은 “보험계약대출을 받은 가구 입장에선 매달 내야 하는 보험료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며 “과거 금융위기 직후에도 보험계약대출이 증가한 뒤 결국 보험 해약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보험을 중도에 해약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날 한국금융연구원의 ‘보험계약 해약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25개 생명보험사가 고객에 지급한 중도 해지 환급금은 20조2,000억원으로, 5년만에 32%나 늘어났다. 생명보험협회 자료에서도 작년 11월 말 기준 해지 환급금은 18조2,000억원으로, 1년 전(16조8,000억원)에 비해 8% 넘게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작년 보험 해지 환급금은 역대 최대치를 갱신했을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고객이 낸 보험료 대비 중도 해지로 지급된 보험금 비율은 19.44%를 기록했다. 작년 4분기는 20%도 훌쩍 넘어섰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사가 보험료로 100만원을 받아 이중 20만원은 중도 해지한 고객에게 돌려주는 데에 썼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상대적으로 보험이 절실한 저소득층의 보험 중도 해지가 많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보험연구원의 지난해 보험소비자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보험 가입률은 81.8%로 전년(92.9%) 대비 5.4%포인트 하락했다. 이중 중소득층(0.8%포인트 하락)과 고소득층(0.1%포인트 하락)의 가입률은 큰 변화가 없었다. 반면 저소득층의 가입률은 1년 새 75.3%에서 60.5%로, 14.8%포인트나 급락했다. 저소득층은 실직, 퇴직, 질병 시 받는 충격이 상대적으로 더 심각할 수 밖에 없다. 이석호 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저소득층은 연금이나 보험 가입이 가장 필요한 계층인데도 불구하고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가장 먼저 보험을 깨고 있다는 뜻”이라며 “저소득층의 연금·보험료 납입을 국가가 일정 정도 보조해주는 독일의 리스터연금 등을 참조하는 등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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