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입문 8년 전 민간인 박 대통령 대신 최순실이 사저 매입비 내
박 대통령 취임 뒤 3년 이상 의상제작비 대납
대통령 측 “한 푼도 내게 한 사실 없다” 반박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3년간 거주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 매입에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 측이 돈을 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를 토대로 두 사람이 오랫동안 경제적 이익을 함께 나눈 사이로 규정했으며, 미르ㆍK스포츠재단도 두 사람이 사실상 ‘공동 운영’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최종 수사결과를 6일 발표한다.
5일 특검 등에 따르면 최씨는 박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하기 8년 전인 1990년 당시 민간인인 박 대통령을 대신해 어머니 임선이(2003년 사망)씨와 함께 사저 매매계약을 맺고 돈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동 사저는 대지 484㎡에 건물 317.35㎡ 크기로, 지난해 기준 공시지가는 25억3,000억원 정도 되고, 명의는 박 대통령으로 돼 있다.
최씨 측은 또 박 대통령이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1998년부터 직원 문모씨를 시켜 사저를 관리하게 했다. 문씨는 이후 최씨가 운영하던 얀슨(최씨가 세운 미승빌딩 임대사업용 업체)에서 관리인으로 일했다. 최씨는 2013년 박 대통령 취임 뒤 문씨를 시켜 대통령 관저와 청와대 인근 삼청동 안전가옥 인테리어 공사까지 대신해 준 것으로 특검은 파악했다. 문씨가 “‘최 원장(최순실)’ 지시를 받고 관저 침실과 선반, 수도꼭지 수리 등도 손봤다”고 진술한 조서가 올 1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형사 재판에서 공개되기도 했다.
최씨는 초선 의원 시절인 1998년부터 박 대통령의 옷 값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의상 제작자는 “한 벌당 100만~150만원에 1년에 10벌 내외로 맞췄다”고 특검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박 대통령 취임 뒤에도 3년 이상 의상제작비를 대납한 것으로 특검은 파악했다. 최씨가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 등이 드나든 ‘비밀’ 의상실에서 영수증을 받아보고는 돈다발을 꺼내는 영상이 지난해 10월 공개된 적도 있다. 이런 정황을 토대로 특검은 두 사람이 ‘경제적 이익을 공유해온 관계’라고 판단했으며 지난달 28일 최씨를 뇌물죄 등으로 추가 기소하며 낸 공소장에도 적시했다.
특검은 또 미르ㆍK스포츠재단과 관련해 두 사람이 기금 규모 결정, 재단 이사진 임명, 사업 운영 등 모든 면에서 공동 경영한 정황이 짙다고 판단했다. 안종범(58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대통령 지시를 받아 대기업 모금과 설립 절차에 깊게 개입했고, 최씨는 ‘회장’이란 비공식 직함으로 인사권을 장악해 재단 운영을 쥐락펴락했다는 것이다. 특검은 또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결론과 달리 최씨가 두 재단 설립을 먼저 제안했으며 박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판단했다. 제안을 누가 먼저 했던, 두 사람이 ‘공모관계’라는 점에선 차이가 없다.
박 대통령과 최씨의 이러한 경제적 이익공유와 관련해 박 대통령 측은 “삼성동 사저는 대통령이 (삼성동으로 이사 전에 살던 중구) 장충동 집을 팔고 그 대금으로 구입한 것이며, 의상비를 최씨가 대납했다는 것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대통령은 단 한 푼도 최씨에게 대신 내게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평의를 진행 중인 헌재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는 비난도 했다. 이어 두 재단과 관련해선 “기업들이 설립 취지에 공감해 출연한 것이고, 임원진 구성도 개인 의사대로 좌우될 수 없는 구조”라는 취지의 참고 자료를 이날 헌재에 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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