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노래를 불러라, 그 노래는 바로 네 안에 있다."
아모레퍼시픽을 글로벌 화장품 기업으로 성장시킨 서경배(사진) 그룹회장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담아낸 도서 ‘멀리 보려면 높이 날아라’가 최근에 나와 화제다.
지난달 27일 출간된 이 책에는 완구 조립을 좋아하던 서 회장의 어린 시절부터 아모레퍼시픽을 굴지의 화장품 회사로 일군 과정들이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소개돼 있다. 서 회장이 살아온 길을 통해 책이 전하고 싶었던 가장 큰 메시지는 ‘청춘들이여 너의 노래를 부르라’는 것이다. 서 회장이 말하는 ‘너의 노래’란 사람들이 각자 간직한 꿈이다.
사실 누구보다 자신의 노래를 포기하지 않고 불러온 사람은 서 회장 자신이었다. 그는 ‘전 세계인들의 핸드백 속에 아모레퍼시픽의 립스틱이 들어있으면 좋겠다’는 꿈을 가지고 우직하게 한 우물을 파왔다.
서 회장은 회사가 문 닫을 수 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어려웠던 1987년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에 입사해 갖은 노력 끝에 회사를 글로벌 화장품 기업으로 키워냈다. 그는 “아무도 대한민국의 화장품 기업이 전 세계 여성들의 사랑을 받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불가능해 보이는 꿈 조차도 모두 함께 꿀 수 있도록 독려하고 또 함께 뛰니 결국 길이 열렸다”고 전했다.
서 회장이 꿈을 추구하는 방식은 혼자가 아닌 주위 사람들과 함께였다. ‘함께 가야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현장에서 실천하며 회사를 키워왔다.
실제 서 회장은 현장 방문판매 카운셀러들의 작은 의견도 그냥 흘려 듣지 않았다. 또 회장이 된 뒤에도 전 직원의 이름을 외우려 노력했고 지금도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회사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식사한다. 자신을 위한 꿈에 그치지 않고 함께 꿈꾸고, 배우고, 생각하길 실천한 것이다.
지난해 9월 사재 3,000억원을 들여 설립한 ‘서경배 과학재단‘도 이런 정신이 반영됐다. 현업에서 뛰고 있는 기업경영자가 연구개발 활동과 무관한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지원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재단 설립 당시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보듯이 긴 안목을 가진 사람도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훌륭한 사회와 나라를 만들어가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 회장의 지인들은 그를 집념의 은둔자, 학습자, 상인 등과 같은 다양한 표현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그 안에는 ‘항상 꿈꾸며 호기심을 놓치지 않는 사람’이라는 하나의 공통 메시지가 담겨 있다.
서 회장은 “어린 시절이나 지금이나 나는 여전히 호기심이 많고 내가 갈 갈에 대해 생각한다”며 “원하는 것이 있다면 깊게 몰두하라는 말을 누구보다 이 시대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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