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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은 빚 갚고 중소기업은 빚 내고

입력
2017.03.05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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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대출 양극화...대기업 은행 대출 2년 연속 순상환

작년 2금융권 기업대출 20조원 중 19.6조원이 중기대출

기업대출 시장에서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대기업은 은행 빚을 줄이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은행대출로도 부족해 2금융권의 고리 자금에 의존하고 있다.

5일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은행의 기업대출금 잔액은 773조9,604조원으로, 1년 새 23조8,565억원 늘었다. 이는 2010년 11조1,234억원 이후 가장 작은 증가액 규모다. 기업들은 2015년에는 49조9,992억원을 대출 받았다.

전체 기업 대출금 증가폭이 둔화한 것은 대기업이 빚을 갚았기 때문이다. 은행의 대기업 대출금은 지난해 말 164조5,555억원으로, 1년 전보다 9조9,315억원이나 줄었다. 작년 은행의 대기업 대출금 감소 규모는 한은이 관련 자료를 보유한 2007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은행의 대기업 대출금은 2015년에도 4조3,336억원 줄었다. 2년 연속 순상환 기조가 이어진 것이다. 저성장 기조로 투자를 줄이는 대신 내부유보자금이 쌓이면서 빌린 돈을 갚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금은 역대 최대였던 2015년보다는 증가 폭이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2015년 대비 33조7,880억원 늘면서 처음으로 600조원(609조4,049억원)을 돌파했다. 중소기업 대출은 2013년 27조원, 2014년 35조원, 2015년 54조원 증가하는 등 꾸준히 늘고 있다.

문제는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비(非)은행 금융기관에서도 중소기업 대출 증가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데에 있다. 작년 말 비은행 금융기관의 기업대출 잔액은 97조297억원으로, 1년 새 20조원이나 증가했다. 이중 중소기업 대출금이 80조4,494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9조6,000억원 급증했다. 2015년 8조8,000억원의 2배를 넘는 수준으로 비은행 금융기관의 기업대출 대부분은 중소기업이 빌렸다는 이야기다. 저성장ㆍ장기 불황으로 은행권이 중소기업 대출을 옥죄면서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들이 2금융권 고금리 대출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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