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교육청, 보령 녹도에 학습장
전국 최초로 폐교 되살려
“유일한 입학생 축하” 마을 잔치
“엄마 아빠와 떨어지지 않고 학교에 다닐 수 있어 정말 좋아요.”
3일 충남 보령시 오천면 녹도 청파초등학교 호도분교 녹도 순회교육 학습장에서 아주 특별한 일이 있었다. 보령 대천항에서 20㎞가량 떨어져 있는 섬마을 녹도의 유일한 초등학교 입학생 류찬희(8)군을 위한 입학식이 열린 것이다.
2006년 학생수 감소로 청파초등학교 녹도분교가 폐쇄된 이후 11년만에 다시 학교 문을 열게 된 의미있는 날이기도 했다.
류군 가족은 전도사인 아버지 류근필씨를 따라 지난 해 녹도로 이주했다. 그러나 섬에 학교가 없어 류군은 배로 20분 가량 떨어진 옆 섬마을 학교인 청파초 호도분교에 진학해야 했다. 류군이 호도분교에 다닐 경우 하숙을 해야 하거나 매일 통학선을 타고 다녀야 한다. 아니면 가족과 떨어져 당진에 살고 있는 할머니 집으로 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류씨는 충남교육청에 ‘가족은 함께 해야 하며, 의무교육 대상자인 찬희를 국가가 책임져달라’고 요구했다. 50명 남짓한 마을 주민도 젊은 사람이 없어 애기 울음소리가 사라진 섬의 미래를 위해 류군이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힘을 실었다.
교육청은 ‘경제적 효율성보다 한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 평등한 교육’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녹도 순회교육 학습장 설치와 교사 한 명을 파견하기로 했다. 입학식에 앞서 폐교된 녹도 분교를 새롭게 단장하고 파견 교사를 위한 숙소도 마련했다. 폐교됐던 지역에서 학교 교육이 재개된 것은 전국 최초다.
학습장설치가 확정되자 류군과 부모는 크게 기뻐했다. 류군은 물론 3년 뒤 입학해야 하는 동생 채희(5)도 집에서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됐다.
학교가 다시 열자 마을 주민 모두 입학식에 참석하고 류군의 입학을 축하하는 마을 잔치를 열었다.
엄마 원지희(39)씨는 “아들을 멀리 떠나 보내지 않게 되어 기쁘다”며 “찬희를 할머니 집에 보내도 걱정이고, 통학선을 태워 학교에 보낸 뒤 바람이 조금이라도 세게 불면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노심초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군도 “엄마 아빠와 동생과 떨어져서 학교에 다닌다는 생각에 무서웠다”며 “가족과 함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류군은 일주일에 사흘은 녹도 순회교육 학습장에서 수업을 받는다. 나머지 이틀은 호도분교에서 공부할 예정이다. 전교생이 6명인 호도분교에는 류군의 동급생이 1명 있고 5명의 상급생과 함께 통합수업을 통해 사회성을 배운다. 매 학기 육지의 본교에서 일정한 체험학습과 체육교육 등을 통해 일반 초등학교의 단체 교과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정부의 소규모 학교 통폐합 유도 분위기에서 녹도에 순회교육 학습장을 설치하는 게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며 “충남교육청은 한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 지역과 마을을 살리는 교육을 위해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보령=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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