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입국한 뒤 사라져 경찰이 소재 파악에 나선 대만 국적 10대 여성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돼 구속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장모(19)씨를 지난달 15일 은행에서 보이스피싱 자금을 인출해 조직에 송금한 혐의(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및피해금환급에관한특별법 위반)로 검거해 다음날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장씨는 현재 재판에 넘겨져 의정부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는 현지 택배회사에 다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한국에 가서 현금을 인출한 뒤 송금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부모에게는 한국으로 일하러 간다며 출국했고, 지난달 14일 관광비자를 받아 국내로 들어왔다. 장씨는 입국 다음날 인터넷 메신저로 조직의 지시를 받고, 보이스피싱 피해자로부터 통장과 체크카드를 전달받아 경기 수원시 한 은행 현금자동지급기(ATM)에서 400만원을 인출해 대만으로 송금하던 중 경찰에 검거됐다.
장씨의 범죄 연루와 구속 사실은 가족들도 까맣게 몰랐다. 장씨 어머니는 딸이 한국에서 “잘 도착했다”는 전화를 한 뒤 연락이 끊기자 대만 당국에 실종 신고를 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만 현지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장씨의 행방불명 글이 퍼지기도 했다. 실제 주한대만대표부에서는 지난달 27일 한국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기도 했다. 경찰은 공항과 대만인들이 자주 찾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일대에서 탐문 수사를 벌이던 중 장씨가 구속된 사실을 확인했다.
경기북부경찰청 관계자는 “장씨 검거 사실을 대만에 알리려 했으나 장씨가 이를 원하지 않아 변호사에게만 구속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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