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 사토시 감독은 1963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태어나 도쿄 무사시노 미술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만화가로 먼저 데뷔했지만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명성을 얻었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유명 해외영화제에서 수상하면서 차세대 거장으로 주목받았다. '파프리카'는 애니메이션으로는 드물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기도 했다.
췌장암으로 47세 짧은 생을 마친 그는 비운의 천재 감독이라 불린다. 유작으로 4편의 장편 영화와 1편의 TV시리즈를 남겼다. 5번째 장편 ‘꿈꾸는 기계’는 결국 미완성으로 남았다.
곤 감독 사후에 공개된 유언장은 특유의 위트가 담겨 있어 팬들을 울렸다. 췌장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뒤 저작권 관리 문제를 정리하고는 “휴, 겨우 죽을 수 있게 됐어”라고 말한다든지, 폐렴 합병증이 생겨 길어야 한 달 생존 가능하다는 의사의 진단에 “일기예보 같구나”라고 생각했다는 고백에서 삶을 대하는 관조적인 태도가 엿보인다. 사경을 헤매면서 경험한 환각 상태를 묘사하면서 “내 환각은 개성도 없구먼”이라며 “이런 때조차 직업의식이 발동하는 걸 흐뭇해했다”는 대목도 나온다. 그의 재능을 아까워하는 제작자의 얘기에는 “그 자신감을 선물로 안고 저승에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얘기한다.
곤 감독은 마지막으로 부모님과 아내, 지인과 동료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와 존경을 전하며 작별을 고한다. “자, 그럼 먼저 갑니다.” 극작가 버나드쇼의 유명한 비문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못지않게 유머러스하고 ‘쿨’한 작별 인사다. 그의 홈페이지(konstone.s-kon.net)에 유언장 전문이 올라와 있으니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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