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여의도가 궁금해?]“갈라진 민심 옆 곁불 쬐는 정치인들… 반대편 집회 갈 용기 없겠지 ㅋㅋ”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여의도가 궁금해?]“갈라진 민심 옆 곁불 쬐는 정치인들… 반대편 집회 갈 용기 없겠지 ㅋㅋ”

입력
2017.03.04 04:40
0 0

*정치부 정당팀 기자들이 카톡 방담 형식으로 풀어낸 여의도 정가 이슈를 주말마다 전합니다. 국회반장과 여ㆍ야반장 및 각팀 소속 기자들이 참여하며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위해 닉네임을 사용합니다. 실제 카톡에서 나눈 방담이기에 ‘ㅋㅋ, ㅠㅠ’ 등의 특수문자도 가감 없이 전재합니다.

지난 3ㆍ1절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에서 각각 태극기집회와 촛불집회가 열리자 국론 분열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02년 월드컵 때 ‘붉은악마’ 응원단 함성소리로 하나 됐던 두 광장의 색깔이 이렇게 극명하게 갈릴 줄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마치 구한말 상황을 보는 것 같다’ ‘해방 직후 신탁통치 문제로 쪼개진 좌우를 보는 거 같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3ㆍ1절 다음날 개설한 카톡방에 처음으로 오른 주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긴장이 고조되는 정치권의 움직임이었다.

야간의 주간화(이하 주간화)=대선주자마다 3ㆍ1절 촛불집회 참여 입장이 조금씩 다른 게 화제인데.

춘래불사춘(이하 불사춘)=야당에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참여했고 국민의당은 불참. 민주당 대선주자 중에선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집회 참여, 안희정 충남지사는 불참이네요.

국회 짬밥 9년째(이하 9년째)=안 지사 불참은 왜?

여의도 홍길동(이하 홍길동)=원래는 참여하려다가 지역에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에 참여 못했다고 캠프 측은 설명하는데 주변에선 ‘국론 분열 행보’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무성하네요.

정론관의 기사도(이하 기사도)=문 전 대표는 촛불집회 ‘개근’ 출석을 강조하던데. 사실 촛불 민심과 함께 하려는 마음은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도 다르지 않죠. 그래도 안 나가는 건 정치인들이 촛불과 태극기 집회에 참여해 민심을 자극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일 거고요.

홍길동=국민의당도 어제는 당 지도부와 안철수 전 대표 모두 불참한 게 특이점이에요. 민주당과 거리 두면서 중도 포지션을 뚜렷하게 가져가려는 복안인 듯.

9년째=각자 정치적 셈법이 있다고 봐야죠. 야권으로선 촛불 동력을 살려야 탄핵 인용에 힘을 보탤 수 있고, 여권으로선 기각이 안 되더라도 태극기 민심과 같이 가야 존재감을 이어 갈 수 있다는 생각이겠죠.

불사춘=문 전 대표는 촛불 집회로 탄핵이 가결될 수 있었던 만큼 헌재 결정을 앞두고 최종 인용 때까지는 촛불 민심과 함께 하자는 입장. 물론 광장 민주주의도 중요하지만 제도적인 절차로 해결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견해도 있기는 해요. 그런 점에서 집회에 참여하지 않은 안 지사와 안 전 대표 행보가 눈에 띄는 건 사실.

기사도=민심과 함께 하는 게 정치다, 다른 한편으론 정치인이 할 일은 선동이 아니라 갈등을 푸는 것이라는 건데. 양쪽 모두 일견 타당한 논리인 듯!

불사춘=그래서 일반인은 쉽게 보지만, 정치인 입장에선 정치가 어려운 거 같기도.

9년째=민주당은 촛불 민심, 자유한국당은 태극기 민심만 보는 행태는 문제인 듯. 지지하는 민심 옆에서 곁불만 쬐겠단 심보랄까. 과거 김영삼ㆍ김대중 전 대통령 같으면 반대편 집회에도 갔을 것 같은 생각이 들거든요.

불사춘=근데 안 지사는 연정 대상으로 한국당까지 언급했다가 지지율이 확 떨어지는 아픔을~.

9년째=정치가 정말 어렵습니다.ㅠㅠ

불사춘=촛불 민심의 기대를 받는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의 경우 촛불 민심을 외면할 수 없겠죠. 반면 중도보수로 확장을 염두에 둔 안 지사는 ‘갈라진 민심’ 우려 때문에라도 행동을 자제해야죠.

주간화=“기각되면 혁명” “인용되면 아스팔트에 피가 뿌려질 것” 등의 말도 심심찮게 나옵니다. 아예 대선주자들이 탄핵심판 승복 선언을 하면 어떨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플로리다주 재검표를 포기하고 과감하게 승복한 엘 고어 급의 정치력 보이면 지지율 급상승 장담!

기사도=우리 신문도 오늘 1면 제목이 ‘두 동강 난 나라’. 범보수진영에서는 어쨌든 분열된 광장을 굉장히 우려하고 있어요. 물론 이걸 즐기는 듯한 한국당 내 친박계 의원 몇몇은 빼야 하고~.

불사춘=저는 촛불의 힘 강조하다 이제 와 나라 두 동강 났다고 걱정하는 언론도 걱정입니다. ㅋㅋ 이것도 방담에 포함될지 모르겠지만.

9년째=바른정당은 기각되면 아예 의원 총사퇴하기로 했으니 가장 선명한 승복 진영이 될 듯. ㅎㅎ

기사도=한국당에선 승복 불가 입장이 벌써 스멀스멀 나오는 중.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태극기 집회에서 주야장천 탄핵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홍길동=요새 야당 의원들이 기자들한테 가장 자주 묻는 질문이 바로 “정말 탄핵 될까?” 불안하니 촛불 집회 가는 게 이해도 돼요. 근데 정치부 기자에게 “법조 출입기자들은 뭐래”라고 묻는다는.ㅠㅠ

주간화=탄핵에 반대하는 여론이 늘어난 건가요.

불사춘=점점 늘어나는 태극기 집회를 보면서 탄핵 또는 탄핵 이후 분열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긴 해요. 하지만 여론조사 상으로는 여전히 탄핵 요구가 높긴 하죠. 탄핵 인용 확률을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은 100%, 유승민 의원은 99.9%라고 전망했는데 그건 희망사항인 것 같고.

기사도=바른정당 한 중진 의원이 깜짝 놀랐다며 전해준 얘깁니다. 길에서 정말 점잖게 생기신 어르신이 휴대폰으로 “응, 방금 태극기 집회에 다녀오는 길이야”라고 하더랍니다. 태극기 집회에 나가는 분들이 유별난 어르신은 아니라는 얘기죠.

9년째=설 명절을 전후로 해서 여권 의원들도 태극기 집회의 배경에 대해선 의심을 거두는 분위기. 저도 바른정당 의원으로부터 “돈 들인 (동원) 집회인 줄 알았는데 태극기 민심이 다 그렇지만은 않더라”고 하더라고요. 제 모친도 “박근혜가 잘못한 건 알겠는데 꼭 끌어내려 수갑까지 채워야 하나”라고 말하시고.

기사도=특히 대구ㆍ경북(TK) 지역구 의원들은 ‘불쌍한 우리 영애는 속은 죄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지역민이 있으니 고민이 깊더라는.

홍길동=‘샤이 보수’ ‘샤이 박근혜 지지자들’이라는 말도 회자됐죠. 정국이 자꾸 촛불 민심 일변도로 흐르니 이래선 안 되겠다 생각하시는 분들이 나오는 거 같아요. 그래도 현장에서 대형 성조기를 준비하는 행동을 보면 배경과 동기가 여전히 의심스럽긴 합니다.

주간화=이 기회에 문 전 대표가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는 역발상은 어떤지? 광장에서 국민대통합이 이뤄지는 드라마틱한 장면을 상상해 보시압!

9년째=그때도 계란이나 폭력 없이 진행되면 진짜 평화집회!

불사춘=누가 되더라도 상대 진영을 포용하고 설득해야 하는데 문제는 현재 정당 구도 상으로는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과반 의석으로도 합의를 이끌어 내기 쉽지 않은 구조라는 거죠.

주간화=2월 임시국회만 봐도 정말 걱정. 100석도 안 되는 한국당이 반대하니 정말 아무 것도 못하더라는.

불사춘=한국당과 민주당이 합의하면 가능합니다. 근데 그게 참 어렵겠죠? ㅋ 광장이 분열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국회도 비슷한 상황이죠.

9년째=그래서 유승민 의원은 연정보다는 협치를 이야기하죠.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여소야대에서 해야 한다, 이건 생각보다 큰 문제인 듯.

주간화=마무리 말씀 한마디씩 부탁.

기사도=정파적 이해에 따라 광장에 나가 ‘촛불 더 들어 달라’ ‘태극기 더 휘날려 달라’하는 것이 과연 정치인지. 이래저래 정치란 무엇인가 다시 생각해 보는 요즘이네요.

9년째=탄핵은 인용될 거야, 기각될 거야 하는 막연한 기대감은 접고 반대 결론이 나올 경우 행동 로드맵부터 세우시길. 헌재 결정 이후에도 자신을 지지해 주는 반쪽 민심 옆에 서서 곁불만 쬔다면 미래는 정말 암울하죠.

주간화=광장이 통합되고, 국회에선 협치가 이뤄지는 사회. 시스템이 받쳐 주고 대화와 토론 문화가 정착되면 불가능만은 아닐 듯. 그러니 0.01%의 가능성도 없다는 좌절은 금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