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관광업계 촉각
中관광객 年 400만명 감소할 수도
신규 면세점ㆍ호텔 ‘발등의 불’
하늘ㆍ바닷길 막힐 제주도 초비상
코우천그룹 4000명 방한 돌연 취소
“설마 했는데 중국이 이 정도로까지 나올 줄 몰랐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보다 더 큰 재앙이 닥칠까 두렵고 막막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조치로 중국 정부가 자국 여행사를 통한 한국 관광을 전면 금지한 가운데 국내 관광업계는 3일 큰 불안감 속에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조치가 단체관광객뿐 아니라 개별관광객들까지 한국행을 차단하는 것이어서 걱정은 더욱 커진다. 중국 정부의 조치 대로 시행될 경우 방문객이 절반 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얼마나 지속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이 806만명이었으니 연간 400만명도 감소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인 의존도가 높은 면세점업계는 이번 조치가 생존을 위협할 만큼 치명적이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국내 면세점은 지난해 12조원의 매출 중 70%(8조6,000억원)를 중국인 관광객에게서 거둬들였다. 중국인 관광객이 지금의 절반으로 줄어들면 면세점 업계에는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대형 면세점은 버틸 맷집이라도 있지만 지난해 문을 연 신규면세점이나 중소ㆍ중견 면세점들에겐 당장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한 신규면세점 관계자는 “국적 다변화 및 개별여행객을 위한 ‘왕홍마케팅’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며 “어렵게 사업권을 땄는데 이런 일이 터져서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시내면세점과 함께 최근 3,4년 급속히 늘어난 호텔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서울시내 호텔 객실은 지난 연말 기준 4만6,947개로 2012년보다 무려 72.7%나 증가했다. 급증한 중국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문을 연 호텔들이라 타격이 심각할 수밖에 없다. 메르스 사태 당시 많은 신생 중저가 호텔들이 5~10%의 객실 점유율을 보이며 도산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서울 명동의 한 1급호텔 관계자는 “아직 예약취소 등이 없지만 투숙객 70%가 중국인이라 그들의 한국행이 차단된다면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서울시청 인근의 다른 1급호텔 지배인도 “대처할 마땅한 방법이 없어 고민이 깊다”고 했다
서울 명동의 거리나 면세점 등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들은 사드와 관련된 질문엔 대부분 손사래를 쳤다. 중국인 관광객 로버트 장(34)씨는 “당국의 조치로 한국 관광상품이 사라진다면 굳이 한국을 찾아올 것 같지 않다“며 ”중국도 구경할 곳이 많고 일본도 매력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양무승 한국여행업협회 회장은 “중국이 15일 이전의 한국 관광상품마저 다른 구실을 대서라도 취소시키란 강경한 입장이라 파장이 클 것”이라며 “중국 단체여행객을 받던 여행사들은 국가적인 문제라 그간 속앓이만 해왔지만 이젠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된 셈”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업계의 우려대로 한국 여행을 취소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내달 17~21일 인천에서 임직원 4,000명에게 포상관광 혜택을 제공하겠다며 지난 1월 가예약까지 마친 화장품 제조ㆍ판매사인 중국 코우천그룹은 이날 돌연 방한계획을 취소하겠다고 인천관광공사에 통보했다. 인천에서 추진되던 다른 중국 기업들의 포상관광도 잇따라 무산될 공산이 커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제주관광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제주지역 외국인 관광시장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넘기 때문이다. 김영진 제주도관광협회장은 “중국인의 제주 방문 취소 사례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고, 앞으로 항공편도 이용객 감소로 순차적으로 끊겨 단체여행객에 이어 개별관광객 시장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단체관광객 중심의 크루즈관광객도 취소 사례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돼 하늘길과 뱃길 모두 막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성원 선임기자 sungwon@hankookilbo.com
제주=김영헌 기자 tanla@hankookilbo.com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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