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이 한국 관광상품 판매 금지를 넘어 무차별적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거 일본이나 대만, 몽골 등에 대해 중국이 보복 조치를 감행한 사례들이 있지만 개별 국가마다 수위와 양상이 제각각이어서 타산지석으로 삼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국가여유국은 3일 상하이(上海)시와 장쑤(江蘇)ㆍ산둥(山東)ㆍ산시(陝西)성 등지에서 주요 여행사 관계자들을 소집해 이달 15일부터 한국 관광상품 판매를 중단할 것을 구두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베이징(北京)시에 내려진 한국관광 금지 조치가 전국으로 확대시행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의 절반 가량이 중국인이라는 점에서 국내 여행ㆍ항공ㆍ관광업계와 면세점 등이 입을 타격은 쉽게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국가여유국은 이날 홈페이지에 “해외관광 목적지를 신중히 선택하라”는 경고성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중국인들이 무비자로 방문할 수 있는 제주도에서 발이 묶였던 자국 관광객의 사례를 소개해 사실상 제주 여행을 삼가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민간 영역의 사드보복도 이어졌다. 이날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루이샹 과학기술그룹은 사드 부지제공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롯데와 협력을 철회했다. 루이샹 글로벌쇼핑은 자사 매장에서 한국 상품 판매를 중지하고 롯데 상품을 불에 태우기까지 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는 제조업 분야를 제외한 채 엔터테인먼트, 유통, 관광분야에 집중되고 있고 일부 소비재 완제품 수입분야에서도 진행되는 양상이다. 한국에서 중간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생산하는 자국 제조업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되, 한중 양국 국민의 체감도가 큰 엔터ㆍ관광분야를 직접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향후 중국의 사드 보복 수위와 범위에 대한 예측은 쉽지 않다. 중국의 자체 판단에 따른 정책적 선택인데다 그 결과에 대한 예상도 쉽지 않아서다. 실제 일본에 대해선 동중국해 댜오위다오(釣魚島ㆍ센카쿠열도) 분쟁을 고리로 희토류 수출 금지, 일본관광 금지 등의 조치를 취했고, 중국 내에선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활발했다. 하지만 큰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기는 힘들다. 대만에 대해선 지난해 독립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정부 출범 후 관광객을 줄이는 동시에 친중성향 지자체에는 선별투자를 하는 정책을 펴고 있고 이는 대만 내부의 정치적 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달라이 라마를 초청한 몽골에 대해선 차관 제공 금지 등 초강경책을 써 백기투항을 끌어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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