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행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를 확정한 한국에 대해 보복 조치에 나선 중국을 비판하는 입장을 내놨다. 사드 보복에 따른 한국의 경제적 피해가 가시화하면서 미국이 중국 정부에 공세적 태도로 돌아설지 주목된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2일(현지시간) “우리는 중국이 사드 배치를 결정한 한국의 민간기업에까지 조치를 취했다는 보도에 우려하고 있으며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드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신중하고 제한된, 자위 방어적 조치”라며 “이를 포기하라고 한국에 압력을 가하는 것은 ‘비이성적이고 부적절하다(unreasonable and inappropriate)’”고 비판했다. 아울러 “종합적인 동맹능력을 개발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겠다”며 사드 추진 방침을 분명히 했다.
중국을 강도 높게 비판한 미 정부의 반응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미국은 그간 사드의 방어적 성격을 부각하며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애썼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한국 방문 길에 “북한의 도발 행위가 아니면 사드를 배치할 필요가 없었다. 북한 외 다른 나라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중국에 영향이 없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의 사드 배치에 맞선 중국의 전방위적 제재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미 정부도 동맹국 보호를 위해 중국을 압박하는 행동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미 언론들도 중국의 보복 움직임을 보도하며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주시하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양국의 밀접한 경제관계를 감안할 때 중국이 극단적 제재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뜩이나 성장 정체로 곤란을 겪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 4위 교역국인 한국을 포기하는 것은 잃을 게 더 많다는 논리다. 신문은 중국이 새로 들어 설 한국의 차기 정권에서 사드 배치 철회를 유도하려 보복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롯데와 화장품 업계 등 한국 기업들의 다양한 피해 사례를 소개하면서 “한국 경제는 최근 몇 년 간 중국 소비자들에게 의존해 왔다”며 “중국의 단계적 보복 조치로 한국 내 두려움이 점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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