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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어둠 속 아이들

입력
2017.03.0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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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남에서 일어난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을 접하며 떠오른 가슴 아픈 사건이 하나 있다. 바로 원영이 사건으로 불리는 평택 아동 살해 암매장 사건이다. 작년 2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던 원영이는 모진 학대로 고통 받다가 차디찬 화장실에서 쓸쓸히 숨을 거두었다. 당시 비극적 아동학대의 실상이 낱낱이 드러나면서 우리 사회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대중은 원영이를 학대한 가해자들에게는 분노를, 아이를 보호하지 못한 사회 시스템에는 질책을,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는 내 주변의 아이를 돌아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따른 미안함을 쏟아냈다. 그러나 시간의 흐르면서 원영이는 우리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는 것 같다. 원영이가 세상을 뜬 지 1년이 지났다. 우리 사회가 좀 더 일찍 관심을 가졌더라면 지금쯤 원영이는 봄을 기다리며 새 학년을 준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더하다.

지난해 필자가 몸담은 굿네이버스에서는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봉주 교수와 함께 전국 16개 시도 초등학교 4ㆍ6학년과 중학교 2학년 아동 9,000여 명을 대상으로 ‘아동권리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아동권리와 관련된 다양한 조사 중의 한 항목으로 아동학대 피해 경험 관련 설문도 했다. 그 결과 조사대상 아동 중 약 27%가 신체학대, 정서학대, 방임 등 16개 학대지표 중 한 가지 이상을 월 1회 이상 지속적으로 겪었다고 응답했다.

이를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하는 학대피해아동발견율과 같은 1,000명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275명이다. 그렇다고 학대를 당한 아동이 모두 발견돼 사회의 보호를 받는 것도 아니다.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2015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 학대피해아동발견율은 아동인구 1,000명 당 1.32명에 불과하다. 1,000명 가운데 고작 1명만 발견돼 보호받는 셈이다. 굿네이버스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건복지부의 학대피해아동발견율과 비교하면 274명의 아동은 여전히 학대라는 캄캄한 어둠 속에 갇혀 있다. 이처럼 아동학대는 아직 발견조차 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주변 아동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교육당국이 초등학교 예비소집에 참석하지 않은 아동을 대상으로 대대적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은 더 이상의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대응책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17일까지 전국 시·도교육청과 함께 초등학교 입학 예정 아동 약 48만여 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약 3만여 명의 아동이 초등학교 예비 소집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고, 이중 98명은 소재가 불분명하다. 복수 국적자나 주소 이전 등으로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마지막 한 명의 안전까지 확실하게 확인하기 전까지 긴장을 놓아서는 안 된다.

지난해 3월 정부는 2016년을 아동학대 근절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여러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는 정부가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한다. 특히 올해는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이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내일을 준비하고 함께 할 대통령을 뽑는 데 어느 때보다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대선 주자들과 각 정당이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정책대안을 가졌는지, 꼼꼼히 살펴볼 수 있기를 바란다.

김정미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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