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철씨, 시민단체와 7개월 간
지하철 환승역 화장실 점검
“환승구역 내 설치 의무화”
국토부ㆍ지자체에 제안 추진
지하철에서 화장실이 너무 멀리 있거나 표 내는 곳 밖에 있어 고생한 경험은 누구나 있다. 그러나 원인을 찾거나 나아가 해결책까지 고민해본 경험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고민하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사람이 있다. 건축시공기술사 안호철(60)씨이다.
안씨는 지난해 8월 인천지하철 1호선과 2호선 환승역인 인천시청역에서 화장실을 찾느라 고생을 톡톡히 했다. 화장실은 환승구역에는 없었고, 멀리 떨어진 개표구 밖에 있었다. 결국 안씨는 인천 1호선으로 갈아타 예술회관까지 한 정거장을 더 가서 볼일을 봐야 했다.
그는 “환승객은 역 안에서 열차를 갈아타는데 환승구역에 화장실이 없으면 표를 다시 끊거나 승무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한참을 걸어 나갔다 와야 한다”라며 “그마저도 혼잡한 출퇴근시간 대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안씨는 지난해 8월부터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함께 인천지역 지하철 환승역을 하나하나 점검했다. 환승구역에 화장실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화장실이 없다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등을 고민했다. 그 결과 8개 환승역 중에 하루 이용객이 16만7,000여명에 이르는 부평(인천 1호선ㆍ경인선), 인천시청(인천 1ㆍ2호선), 주안(인천2호선ㆍ경인선), 인천(경인국철ㆍ수인선)은 환승구역에 화장실이 없었다. 부평구청(인천1호선ㆍ서울7호선)과 검암(인천2호선ㆍ공항철도) 등 2곳은 한쪽 방향에만 화장실이 있어 이용하기 불편했다.
안씨는 한발 나아가 서울지하철, 공항철도 등 수도권 지하철 환승역을 하나하나 훑었다. 모두 90개 환승역 중에 대곡(경의중앙ㆍ서울 3호선), 판교(신분당ㆍ경강), 회룡(경원선ㆍ의정부경전철) 등 3개역을 제외한 87곳을 돌며 44곳의 환승구역에 화장실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는 “‘도시철도 정거장 및 환승ㆍ편의시설 설계지침’은 개표구 밖과 달리 안에는 화장실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하지 않았다”라며 “승객 편의를 고려한다면 개표구 위치 변경 등을 통해 화장실을 이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신설 역은 환승구역 내 화장실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정책 제안하는 방안을 인천경실련과 논의하고 있다”라며 “불합리한 부분을 얘기하고 바꾸려는 나 같은 사람이 있어야 세상이 변한다고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글ㆍ사진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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