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션스 법무, 러시아 대사와
대선 때 ‘내통’ 의혹 불거져
민주, 장관사퇴ㆍ특검 요구 공세
트럼프 “선거 패배 민주 억지 주장”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 낙마 이후 소강상태였던 도널드 트럼프 정권의 ‘러시아 게이트’가 다시 확산될 조짐이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이 지난해 대선 중 주미 러시아 대사 면담 사실이 들통나 궁지에 몰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과 사위마저도 러시아 연계설에 휘말렸다. 야당인 민주당은 세션스 장관 사퇴 및 특검 수사를 요구하는 등 트럼프 정권에 대한 총공세에 나섰다.
세션스 장관은 2일(현지시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사퇴 요구 및 특검 도입을 일축했다. 대신 “법무부 혹은 연방수사국(FBI)이 진행할지도 모를 러시아의 해킹에 의한 미 대선 개입 여부 수사에 일체 관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또 “트럼프 선거운동과 관련해 러시아의 어떤 공작원이나 중개인을 만난 적이 없다”며 워싱턴포스트가 제기한 ‘러시아 내통’ 의혹을 부인했다. 지난해 7월과 9월 세르게이 키슬략 러시아 대사를 만나고도 상원 청문회에서 러시아 인사 접촉사실을 부인했던 것에 대해서는 “트럼프 선거 캠프 일원이 아닌 상원 군사위원으로 만났을 뿐”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저녁 트위터를 통해 “세션스 장관은 정직한 사람이며 선거에서 패배한 민주당이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면서 그에 대한 신임을 재확인했다.
미 언론은 그러나 세션스 장관의 해명이 야당 요구에 미치지 못하고 새로운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며 사태 확산을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당장 세션스 장관이 키슬략 대사와 접촉하며 지출한 경비는 의원 활동비가 아닌 트럼프 선거운동 관련 비용으로 처리됐다고 보도했다.
이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 자녀들까지 러시아 측과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 상황을 꼬이게 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지난해 12월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플린 전 보좌관과 함께 새 정부와 러시아의 핫라인 구축을 위해 키슬략 대사와 20분간 비공개 면담했다고 발표했다. 백악관 발표는 관련 사실이 언론을 통해 폭로되는 걸 막기 위한 사전 조치로 보인다. 실제로 백악관은 “당시 핵심 접촉 창구는 플린 전 보좌관이었다”며 쿠슈너 역할이 제한적이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대통령의 장남(돈 주니어)도 지난해 말 프랑스 파리에서 러시아 정부와 밀접한 관계인 단체가 주최한 행사에 강연비로 최소 5만 달러를 받고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정권 주요 인사들의 대러 접촉 사실이 곳곳에서 확인되자, 민주당은 총공세를 취했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가 의회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세션스 장관의 사퇴와 함께 러시아와의 유착 및 위증 여부에 특검 수사를 요구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공세를 비판하면서도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대 러시아 유화정책의 재검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강력하게 비판해온 피오나 힐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수석 러시아 담당자로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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