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백과’ 자율적 편집 악용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조작
특정 세력 조직적 개입 의구심
추미애 대표에 당 차원 형사고발 요청
선관위 “IP추적… 서울 거주” 확인
정치권에 악의적인 페이크(fakeㆍ거짓) 정보 경계령이 떨어졌다. 특정 대선주자에 대한 거짓 정보가 언론사 기사처럼 유포되는 페이크 뉴스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백과를 통해서도 유통되는 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이 관련 정보를 자율적으로 편집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특정 세력에 의한 조직적인 정보 조작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 캠프의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1일 “지난달 말까지 위키백과에 문재인 전 대표를 검색하면 북한을 뜻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정치인’이라고 나왔다”며 “누군가 고의적으로 정보를 고친 것으로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다른 대선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도 위키백과에서 한 때 국적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검색됐고, 이 시장의 사진 밑에는 북한의 인공기가 표시되는 등 거짓 정보가 등재됐다. 이 시장 측 대변인인 제윤경 의원은 “이 사안을 어물쩍 넘어가면 문제가 더 커질 수 있어 미리 차단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수사 의뢰 방침을 밝혔다. 문 전 대표와 이 시장 측은 이날 추미애 대표에게 당 차원의 형사 고발을 요청했다.
현재 위키백과의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에 대한 정보는 고쳐져 있다. 다만 논란이 불거진 뒤 여야 대선주자 가운데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의 정보에 대해선 ‘이 글은 무기한까지 일반 사용자의 편집이 제한되어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이 올라와 있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아직까지 조직적 개입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만큼 수사 의뢰를 통해 밝혀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특히 문 전 대표 측은 2012년 대선에서도 국가정보원의 댓글 동원 사례를 경험한 만큼, 개인의 일탈 외에 조직적 개입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 전 대표 측은 이외에도 지난해 12월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나주 남평 문씨 빨갱이’ ‘문재인 엘시티 비리 주범’ 등 주로 북한이나 이권 개입과 연관 짓는 거짓 정보로 몸살을 앓아왔다. 이런 익명의 흑색 선전이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통해 보수ㆍ장년층을 통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게 문 전 대표 캠프 측 설명이다.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위키백과 논란을 계기로 캠프에서도 더욱 분명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두 후보의 국적을 북한으로 바꾼 IP 주소를 추적해 보니 서울 용산에 거주하는 사람으로 확인됐다”며 “거짓 정보를 반복적으로 올리는 등 고의적으로 비방하려는 목적이 확인될 경우 공직선거법에 저촉되기 때문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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