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조 가계부채 상황 속 탄생
파산부 인력 늘려 전문성 보강
개인ㆍ기업회생 동시 진행도 가능
A씨는 직장을 잃은 뒤 수억 원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해 빚 독촉을 받는 상황에 놓였다. 법원을 찾아 개인회생절차를 신청하라는 주변에 권유도 있었지만 방법을 몰라 시간만 허비하다 빚이 더 늘어갔다. 설상가상 가정불화도 심각해져 A씨는 이혼조정절차를 진행 중이다.
중소기업 사장 B씨는 회사 부채가 늘어 법인회생절차를 밟고 있지만, 회사 빚을 갚기 위해 개인적으로 돈을 빌리는 바람에 가정 역시 궁지에 몰렸다. 회사와 본인의 회생절차를 병행하다 보니 회사도, 자신도 재기할 수 있을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A씨와 B씨처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이중의 고통을 당하는 이들이 한시름 덜게 됐다. 회생과 파산 절차를 관장하는 서울회생법원(법원장 이경춘)이 2일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에 문을 연 덕분이다. 이전에는 까다로운 신청방법과 따로따로 절차 탓에 애를 먹는 사람들이 많았다. 경제불황 속에 개인과 기업의 파산 사건이 날로 늘자 탄생한 회생법원은 가정법원, 특허법원, 행정법원에 이어 4번째 전문법원이다.
우선 개인은 회생절차에 대한 전문서비스를 법원에서 받을 수 있다. 누구나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파산관재인과 회생위원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법원 건물 1층에 ‘New Start’ 상담센터를 만든 것이다. 기존엔 A씨처럼 회생절차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회생을 위한 증빙서류 준비와 작성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런 개인들을 노리는 불법 브로커들이 즐비했다. 아울러 향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등과 연계해 개인 파산으로 가정마저 위기에 빠진 이들의 가정문제 상담도 추진할 방침이다.
법인회생 사건 담당 재판부 판사가 일반(개인)회생 사건까지 동시에 맡을 수 있도록 한 건 B씨처럼 기업회생과 개인회생을 동시에 진행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와 자신의 회생 업무를 동시에 진행하고, 같은 판사를 통해 할 수 있어 시간적으로, 업무적으로 효율성이 커졌다. 또 기존 30억원 이하 부채를 가진 중소기업자만을 대상으로 했던 ‘간이회생절차(불필요한 조사를 줄이는 절차)’는 시범적으로 50억원 이하 부채가 있는 기업으로 대상을 넓힐 계획이다.
회생법원은 회생 및 파산 사건을 다루던 서울중앙지법 파산부가 독립하는 형태로 출범했다. 기존 30명이던 인력을 35명으로 늘리며 채권조사확정(회생 및 파산 사건에서 채무자의 빚이 얼마인지 산정) 전담 재판부를 확대하는 등 전문성도 보강했다. 이경춘 초대 법원장은 “전 업종에서 한계기업 비율이 계속 증가하고 1,344조 이상의 가계부채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고심해야 할 것은 기업과 개인채무자가 신속히 재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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