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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北과 비자면제 파기… 리정철 추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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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北과 비자면제 파기… 리정철 추방”

입력
2017.03.0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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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소행 뚜렷한 물증 확보 어렵자

사건 일단락 짓고 외교적 제재 택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북한 대사관 위로 인공기가 바람에 날리고 있다. EPA 연합뉴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북한 대사관 위로 인공기가 바람에 날리고 있다. EPA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 수사를 놓고 북한과 갈등을 빚어 온 말레이시아가 비자면제협정을 파기하기로 했다. 말레이 정부는 또 유일하게 체포된 북한 국적 용의자 리정철(47) 추방을 결정했다. 북한 소행설을 입증할 수 있는 뚜렷한 물증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건을 일단락 짓고 외교적 제재를 통해 북한을 처벌하는 우회로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말레이 국영 베르나마통신은 2일 아흐마드 자히드 하미디 말레이 부총리의 발언을 인용, 2009년 북한과 맺은 비자면제협정을 6일부터 파기한다고 보도했다. 하미디 부총리는 “국가안보 문제로 북한과의 비자면제 협정을 무효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협정 파기에 따라 앞으로 말레이를 찾는 북한인은 미리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말레이가 북한 국적자가 무비자로 방문 가능한 첫 국가인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조치는 강수로 평가된다. 현지 소식통은 “하미디 부총리가 ‘북한과 외교관계를 재검토하겠다’는 발언을 했을 때만해도 북한을 압박하는 차원으로 인식했으나 서둘러 비자 문제를 건드린 것을 보면 단교 수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말레이 당국은 이날 쿠알라룸푸르 암팡의 북한관광국(조선국가여유국) 사무실도 폐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비자 협정 파기는 사건 실체를 규명하는 작업이 난항에 빠진 점을 고려해 말레이 측이 선택한 고육책이란 분석이 많다. 파기 발표는 리정철 추방 소식과 때를 같이 해 나왔다. 모하메드 아판디 알리 검찰총장은 이날 “리정철을 기소할 증거가 불충분하다. 그는 유효한 서류를 갖고 있지 않아 추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지 소식통은 “리정철이 3일 구금기간 만료 및 석방과 동시에 가족과 함께 강제 추방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전했다. 리정철이 일관되게 범행을 부인하고 다른 북한국적 용의자 7명의 신병도 확보되지 않는 등 답보를 거듭하는 수사에 국내외 비난여론이 고조되자 사건을 조기에 매듭지을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수사는 벽에 부닥쳤지만 말레이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어느 정도 북한을 제재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말레이 광산과 건설현장 등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는 1,00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들이 매년 북한으로 송금하는 돈이 전체 외화벌이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말레이는 북한의 몇 안 되는 우방이라는 점에서 무비자 철회는 말레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라고 말했다.

다만 김정남 암살의 진실은 영원히 묻힐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이 주범”이란 심증 외에 사망 원인인 신경작용제 VX 출처와 반입 경로는 물론 시신 신원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정남 시신 인수를 위해 지난달 28일 입국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리동일 전 유엔대표부 차석대사는 이날도 “피살자(김정남)는 화학무기가 아닌 심장마비로 죽었다”며 수사 결과를 강하게 부정했다.

쿠알라룸푸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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