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신문에 최근 동계 아시안게임을 치른 일본 삿포르와 지난해 올림픽을 개최했던 브라질 리우의 경기장 모습을 대비한 인상적 사진이 실렸다. 도둑들이 의자와 TV, 구리선 등 돈 될 만한 것은 모조리 훔쳐 가는 바람에 리우의 경기장은 폐막 6개월 만에 폐허가 된 반면 삿포르는 45년 전 동계올림픽이 열렸을 때의 경기장을 잘 유지ㆍ관리해 저비용으로 훌륭하게 대회를 치렀을 뿐 아니라 세계 스포츠관광 1번지로 도약했다는 내용이다. 시설 재활용에 대한 비전이 둘의 희비를 갈랐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 평창 동계올림픽을 1년 앞둔 우리로서는 삿포르가 귀감이 될 만하다. 하지만 흑자올림픽을 만들고 이를 통해 평창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동ㆍ하계를 막론하고 지금까지 재정적 후유증을 겪지 않은 곳은 없다. 몬트리올은 15억달러의 빚을 갚는 데 30년이 걸렸고, 나가노는 150억달러라는 천문학적 적자를 메우기 위해 복지를 축소하고 공공요금을 인상하면서 매년 수천억 원을 부채 상환에 쓰고 있는데도 빚은 줄지 않는다고 한다. 로스앤젤레스 정도가 흑자를 기록한 거의 유일한 경우다.
▦ 그럴 수밖에 없다. 경기장과 각종 인프라 건설에 150억~200억달러가 드는데, 수입은 중계권료, 후원금, 입장권 판매 등으로 얻는 35억~45억달러가 고작이다. 가장 덩치가 큰 중계권료의 75%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챙겨 가는 것도 재정압박의 큰 원인이다. 결국 100억달러 이상의 적자를 메우려면 시설물을 재활용하고, 높아진 인지도를 수익으로 연결시켜야 하는데, 한 도시가 엄청난 투자금을 회수할 만큼 단기간에 비약적 수요를 창출하기는 어렵다.
▦ 그래서인지 올림픽 유치에 사활을 걸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2024년 하계올림픽은 보스턴과 부다페스트가 발을 빼 로스앤젤레스와 파리의 2파전이 됐고, 2022년 동계올림픽은 오슬로 스톡홀름 뮌헨 등이 철회해 베이징과 알마티(카자흐스탄)만 남은 끝에 베이징이 손쉽게 가져갔다. 시민들이 거세게 반대해 신청을 철회한 보스턴처럼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곳에서는 더 이상 올림픽을 개최하기 힘들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지금은 피에르 쿠베르탱 남작이 근대올림픽을 만들 때와는 다르다. 세계가 엄청나게 커진 데다 시공간적으로는 이웃처럼 가까워졌다. 굳이 한 도시만 고집할 이유가 없다.
황유석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