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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서울에너지공사의 도전

입력
2017.03.0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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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밀양 송전탑과 경주 영광 삼척 영덕 등의 원전으로 고통 받는 주민들을 만났다. 간담회는 서울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지역주민들이 재산과 건강, 환경 피해를 입고 있음을 다시금 확인하는 자리였다. 만남이 이뤄진 날은 서울시 에너지정책을 총괄 실행하는 서울에너지공사 창립식이 열리는 날이기도 했다.

서울시는 2012년 4월부터 원전 1기에 해당하는 200만 TOE의 에너지를 줄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을 펼쳐왔다. 노력의 결과 목표도 달성하고, 평균 전력 자립률을 2011년 2.9%에서 2015년 5.5.%로 끌어올렸다. ‘베란다 태양광’을 포함한 태양광 발전에 참여하는 가구는 2만2,000여 가구가 되었다. 시민햇빛펀드, 에너지협동조합, 에너지슈퍼마켓, 에너지자립마을 등 도시에서 ‘에너지 농부’가 되는 시민들이 등장했다.

서울에너지공사는 이런 에너지 시민들과 함께 집단에너지사업, 에너지 효율개선, 재생가능에너지 사업에 본격 뛰어들게 된다. 공사는 시의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자립정책을 실행하는 손발 역할을 하면서, 신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수익 일부를 에너지복지기금으로 조성해 에너지빈곤층도 지원한다. 이렇게 지자체와 지자체가 만든 에너지공사, 시민이 한 팀이 되어 에너지전환을 위해 본격 도전하는 셈이다.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 김준한 신부는 “밀양의 고통을 서울시가 기억하고 있다는 말에 큰 위로를 받는다”며, “서울시 정책이 부럽고 또 아쉽다”고 했다. 또 서울이 이렇게 할 수 있다면 국가차원에서도 가능한 것 아니냐며 반문했다. 실제로 국가차원의 에너지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것은 비단 서울시만이 아니다. 경기도는 ‘에너지 비전 2030’을 통해 전력 자립률을 29.7%에서 70%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목표를 달성하면 노후 원전 7기를 대체할 수 있다. 충청남도는 202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3.3기 대체를 선언했다.

충남 당진시, 서울시 노원구, 경기도 안산시가 주도해 ‘에너지정책 전환을 위한 지방정부협의회’도 만들었다. 이들 지자체가 한 목소리로 요구하는 것은 에너지전환과 에너지 분권이다.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를 증설해 지역주민들에게 갈등과 고통을 전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수요 관리와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에너지정책을 수요관리 중심으로 전환할 절호의 기회이다. 경제와 산업구조 변화로 전력수요증가율이 정체되고 있다. 2015년 1인당 전력 소비 증가율은 0.09%였다. 현재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 소비량 대비 발전소 설비용량이 117%이다. 수도권 가스복합발전소를 가동하면, 지역에 원전이나 석탄화력발전소를 추가로 짓지 않아도 전력자립이 가능한 것이다.

미세먼지, 폭염, 경주에서의 규모 5.8 지진 등을 생각하면 더 이상 석탄과 원전 중심의 전력정책을 펼쳐서는 안 된다. 세계적으로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이 폭풍 성장하고 있다. 지자체가 100% 재생가능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고, 학교 사무실 공장 등 건물이 곧 발전소가 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대선후보들도 신규 원전·석탄발전 건설 중단,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더해 과감하게 지역에너지 전환 정책을 선언해야 한다.

지자체가 특성에 맞게 정책을 수립해 집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포괄예산제를 도입하고 행정조직을 재편할 필요도 크다.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 정책과 에너지공사 출범은 지자체가 충분히 에너지정책 집행 능력이 있고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고통과 갈등 없이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에너지 대안은 ‘중앙집중형’이 아니라 ‘분산형 지역에너지’, ‘미세먼지 없는 맑은 하늘’, ‘원전 대신 안전’이다.

이유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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