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소비 전달대비 2.2%↓… 금융위기 이후 첫 3개월 연속 감소
정부 진작책 나오면 반짝 했다가 효과 사라지면 또 미끄러져
가계소득 정체가 소비부진 원인… 맞벌이보단 외벌이가 더 타격
가계가 씀씀이를 줄이는 ‘소비절벽’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특히 올 1월에는 흔한 ‘설 특수’마저 실종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소비가 3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 2년간 부진했던 수출이 최근 회복하는가 싶으니, 다시 내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내수와 수출이 ‘쌍끌이’로 경제를 이끄는 이상적인 상황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2일 통계청이 낸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소매판매(소비)는 전달보다 2.2% 감소했다. 작년 11월(-0.3%)과 12월(-0.5%)에 이어 세 달 연속 전월대비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인데, 이 같은 소비 후퇴가 3개월 이상 이어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2008년 8~12월) 이후 처음이다.
상품 특성별로 보면 신발ㆍ가방 등 준내구재(1년 이상 사용 가능한 저가상품) 소비가 전달보다 0.6% 증가했지만, 승용차 등 내구재(1년 이상 쓰는 고가상품)가 덜 팔리며 2.2% 감소했다. 비내구재(음식ㆍ화장품 등 1년 이하로 사용하는 상품) 소비 역시 전달보다 1.9% 줄었다. 통계청은 ▦설 기간 청탁금지법 영향으로 고가 선물세트가 덜 팔렸고 ▦연말 승용차 및 화장품 할인 등이 종료되며 소비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월 소매판매액지수(2010년=100)는 117.9이었는데, 이는 2015년 10월(117.8)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 전반적인 소비활동이 1년 6개월 전 수준으로 다시 퇴보했다는 의미다.
이런 소비 뒷걸음질은 특히 작년 하반기 이후 일상적으로 굳어져가고 있다. 소매판매는 지난해 7월(-2.1%) 이후 올해 1월까지 8월(1.6%)과 10월(4.2%)을 뺀 다섯 달 동안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했다. 세금을 낮춰 주거나 코리아 그랜드 세일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소비를 장려하는 정부의 진작책이 나오면 잠시 소비가 반짝 했다가, 그 약발이 사라지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2년간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했던 수출이 최근 다시 활력을 되찾고 있지만, 내수가 위축되면서 또다시 수출이 성장세를 ‘외끌이’하는 현상이 계속될 공산이 크다.
소비가 이처럼 부진한 것은 무엇보다 가계소득이 정체돼 있기 때문이다. 최근 통계청이 낸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소득(월평균 439만9,000원)은 물가상승을 감안한 실질소득 기준으로 전년보다 0.4% 오히려 줄어들었다.
소득과 소비의 부진 현상은 맞벌이 가구보다는 외벌이 가구에서 두드러졌다. 지난해 맞벌이 외 가구(외벌이, 무직 등) 월평균 소득은 371만6,000원으로 전년보다 0.6% 감소했고, 월평균 소비 역시 1.8% 감소한 228만1,000원을 기록했다. 맞벌이 가구의 소득(2.7%), 소비(1.6%)가 동시에 증가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소득원이 분산된 맞벌이 가구보다는 생계를 가장 한 명에게 의지하는 외벌이 가구가 불황의 여파를 더 받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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