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계의 화두로 떠오른 ‘스피드업’ 바람이 골프에도 불고 있다. 세계 골프 규정을 정하는 영국 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대폭적인 규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영국의 BBC는 2일 두 단체가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여 골프 규정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경기 시간 단축과 복잡한 규정 완화로 선수들의 집중도를 높이면서 보다 대중적인 스포츠로의 변신을 꾀하려는 의도다.
시간 단축을 위해서는 40초 안에 공을 쳐야 하는 규정이 도입된다. 어드레스에 시간이 오래 걸리면 경기 진행이 늦춰진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분실구를 찾는데 허용되는 시간도 현행 5분에서 3분으로 줄어든다. 또 개별 대회 조직위원회는 홀마다 최대 타수 한계를 설정할 수 있다. 만약 더블 보기를 최대 타수로 설정한 홀에서 선수가 더블 보기까지 홀아웃을 하지 못한다면 자동으로 다음 홀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명 양파제(규정타수보다 두 배의 타수를 기록하는 것) 도입이다.
퍼팅 시 캐디가 라인을 읽어주는 것도 금지된다. 이와 함께 기존에는 티샷 이후 홀에서 멀리 떨어진 선수부터 공을 쳤지만, 홀과의 거리와는 상관없이 준비된 선수부터 공을 치게 된다.
선수들의 편의를 위한 규칙들도 대거 도입된다. 홀까지 남은 거리를 측정하는 전자기구의 사용이 허용되고, 그린 위 다른 선수들이 남겨놓은 신발 자국이나 동물이 남겨놓은 흔적을 정리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벙커 등 페널티 지역에서 실수로 공을 건드려도 벌타가 주어지지 않고, 공이 그린 위에서 움직일 경우 선수가 움직임을 일으켰다는 확실한 상황이 아니면 벌타를 주지 않는다. 지난해 메이저대회 US오픈에선 더스틴 존슨(33ㆍ미국)은 그린에서 공이 저절로 움직였다는 사실을 경기위원에게 말했고, 결국 1벌타를 부과 받았다.
이밖에 공을 드롭할 때 어깨높이에서 하도록 한 조항도 지상에서 훨씬 가깝게 드롭할 수 있도록 규정이 완화된다. 홀에 식별 깃발이 꽂힌 채로 선수들이 퍼팅하는 것도 허용된다.
R&A는 새로운 규정에 대한 선수들의 반응 등을 검토한 뒤 2019년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데이비드 릭먼 R&A 이사는 규정 변경안에 대해 “1984년에 골프 규정이 대폭 변경된 뒤 최대 규모”라며 “시대의 변화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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