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언급에 찬사 보낸 美 언론
하루도 안 돼 비판 논조로 돌아서
“의회 예산 따 내려는 미끼상품”
상ㆍ하원 합동연설에서 통합ㆍ타협을 강조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이례적으로 찬사를 보냈던 미국 언론이 1일(현지시간) 하루도 안돼 태도를 바꿨다. 연설문 수사(修辭)의 변화를 ‘트럼프 식’ 과격 정책의 철회ㆍ수정으로 받아들였으나, 실현가능성 없는 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한 전술 변경이라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적 연설은 강성 정책을 숨기려는 시도에 불과했다”고 공격했다. 또 “합동연설에서 ‘나’보다 ‘우리’라는 단어를 3배나 많이 사용하고 ‘하찮은 정쟁을 하지 말자’고 제안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였지만, 과격한 기존 접근법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NYT는 익명의 트럼프 측근을 인용, “대중영합 정책의 추진을 위해서는 예산권을 쥔 의회의 지지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부드러운 말을 사용한 것 뿐”이라고 평가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도 “어제 연설은 ‘정책 재설정(Reset)’과는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도 “트럼프 대통령은 학습능력이 탁월하다”며 “합동연설은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새롭게 접근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불순한 의도를 간파했다고 여긴 미국 언론은 이날부터 다시 비판적 논조로 돌아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합동연설에서 의회에 협조를 요청한 주요 사항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워싱턴포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은 국경장벽, 건강보험, 세제개혁 등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이 실제 관철될 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이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지도부와 백악관에서 회동했으나 복잡한 당내 사정 때문에 적극적인 지원을 얻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십억 달러의 건설비가 소요되는 국경장벽의 경우 재정적자 축소를 중시하는 공화당 강경파들의 강한 반대가 예상된다. 공공인프라 개선ㆍ확충도 1조달러가 필요하지만, 공화당 강경파의 지지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짐 조던(공화ㆍ오하이오) 하원의원은 “대통령을 지지하기에 앞서, 자금조달 체계를 상세히 살펴봐야 한다”며 “우리는 이미 20조 달러의 빚이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 다수 의원이 지지한 ‘오바마케어’ 폐기도 각론에서는 당내 불협화음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케어를 대체할 새 보험제도에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상당수 공화당 의원은 연방정부가 나설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연설은 그럴듯한 제품을 내세워 손님을 끌어들인 뒤 비싼 물건을 팔아 치우는 ‘미끼 상술’에 불과하다”고 비꼬았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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