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에 사는 김지연(34ㆍ가명)씨는 최근 A사의 온라인 쇼핑몰 자금관리 구인광고를 보고 재택근무에 나섰다가 사기꾼으로 내몰려야 했다. 일은 단순했다. 고객들로부터 A사 물품 구입 대금을 받고 다시 A사로 송금해주는 중간 이체 업무가 전부였다. 중간 이체 업무 필요성에 의구심도 갔지만 쇼핑몰에서 일반 개인 판매자들에게 제공하는 50% 수수료 할인 혜택 이용을 위한 방법이란 그럴듯한 설명에 의심을 풀었다. 사업자등록증도 확인했고 A사로부터 김씨 통장 계좌나 비밀번호 요구도 없었기에 안도감은 더했다. 하지만 김씨가 일을 시작한 지, 이틀 만에 돈을 보낸 고객들이 반환 신청을 냈다는 은행으로부터의 전화 한 통에 모든 게 사기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확인을 위해 A사 전화를 걸었지만 모두 불통이었다. A사가 김씨 통장을 중간 이체 계좌로 이용하고 현금만 빼돌려 달아난 것이었다. 김씨는 “A사와의 거래 공범으로 몰려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며 “모든 은행 거래도 중단되면서 불편한 게 이만 저만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경기 불황과 맞물려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워진 가운데 취업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과거 통장 개설이나 비밀번호를 요구하는 대포통장 사기에서 벗어나 최근 들어선 아르바이트나 대출을 등을 가장한 신종 수법까지 등장하면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취업 사기꾼들에게 사회 초년생이나 급전이 필요한 2030층은 주요 공략 대상이다.
휴학생 박진구(22ㆍ가명)씨는 급히 돈을 벌기 위해 한 B사의 물류 정리 아르바이트에 나섰다가 낭패를 본 사례다. 출근 전, 박씨는 B사로부터 회사 출입증 제작에 필요하다며 급여 받을 계좌의 체크카드와 본인 확인에 필요한 휴대폰 문자 인증번호를 요구 받았다. 이어 회사에서 박씨 계좌에 실수로 잘못 입금됐다며 은행에서 회수할 것이란 연락도 뒤따랐다. 하지만 확인 결과, 은행이 아닌 현금인출기로부터 돈이 인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B사가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박씨 계좌로 모아 빼내간 것이었다. 박씨도 졸지에 보이스피싱 공범으로 내몰려 경찰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구인ㆍ구직 사이트를 이용한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최현철(23ㆍ가명) 씨는 최근 유명 취업 포털 사이트에서 한 회사의 보안요원 직에 지원했다. 전화 면접 후 입사가 확정돼 각종 입사 서류 작성까지 마쳤다. 회사에서는 체크카드를 이용해 출퇴근용 보안카드를 만들어야 한다며 카드를 보내달라고 요구했고, 최 씨는 카드를 퀵서비스로 발송했다. 최 씨는 “통장을 요구했으면 의심했을 텐데 그게 아니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말했다. 그 결과 하루 만에 최 씨 카드는 보이스피싱에 사용돼 사고 계좌로 등록됐고,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런 신종 사기 증가세는 통계 수치로도 확인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6년 신종 사기 증가건수는 전년대비 20%가량 늘어나면서 준한 상승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경찰청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 등지에서 발신번호 조작 등을 이용해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다”며 “070 번호나 대표번호 등에서 전화가 걸려올 때 국제전화 표시가 없더라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한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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