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 “치유적 사법역할 강화”
회생ㆍ파산 사건을 다루는 전문법원인 서울회생법원(법원장 이경춘)이 2일 문을 열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회생ㆍ파산 사건이 급증했고, 최근 경제 불황 속에서 국내 기업들의 파산이 이슈화되는 등 전문법원 설치의 필요성이 높아진 데 따른 조치다. 회생법원은 가정법원, 특허법원, 행정법원에 이어 네 번째 설립된 전문법원이다.
회생법원은 기존 서울중앙지법에 속해 있던 파산부와 비교해 인적ㆍ조직적 독립이 이뤄진 형태로 출범한다. 인력을 기존 30명에서 35명으로 늘렸고, 채권조사확정(회생ㆍ파산 사건에서 채무자의 빚이 얼마인지 산정) 전담 재판부를 확대했다. 또 법인회생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의 배석판사가 일반회생 사건까지 담당하게 했다. 법인회생 사건과 일반회생 사건을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법인이 제때 재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다. 가령 법인은 회생 가능성이 있는데 대표나 임원이 파산위기에 처했을 때, 두 사건을 동시에 조율함으로써 회생절차를 적절히 돕겠다는 뜻이다.
채무자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업무도 가능해진다. 한진해운처럼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기업의 회생절차를 다룰 땐, 채무자도 회생 계획안을 사전에 제출할 수 있게 한 ‘한국형 프리패키지(Pre-Package)’ 제도를 활용할 계획이다. 이 제도는 부채의 절반 이상 채권을 가진 채권자나 이런 채권자의 동의를 얻은 채무자가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 전 회생 계획안을 제출하는 제도다. 이렇게 되면 신속하게 회생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
중소기업의 회생을 위해선 기업 대표자 개인의 회생사건을 기업회생 사건과 동시에 진행해 경영자의 실질적인 재기를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날 열린 개원식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인과 기업 모두에게 전문성을 갖춘, 신속하고 적정한 법 판단을 제공함으로써 재기의 기회를 부여하는 치유적 사법역할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