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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어쩌다 ‘관광도시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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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어쩌다 ‘관광도시 대구’?

입력
2017.03.0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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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 제목인 ‘관광도시 대구’가 어색하지 않게 읽힌다면 당신은 대구 사람이 아니다. 이 제목이 이상하게 거슬리고 어색하다면 당신은 대구 사람이거나 대구 근교에 살거나 대구를 잘 아는 사람이다. 어디 이쯤에서 다시 한 번 제목을 되뇌어 보자. ‘관광도시 대구’

부산에서 태어나 대학진학 때문에 20살 경산으로 올라와 27살 졸업 후 대구로 와서 45살 지금까지 살고 있다. 처음 부산에서 경산에 왔을 땐 경산이 대구 도시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전까지 대구, 하면 생각나는 건 덥다, 사과, 미인 정도였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국내 여행을 한다면 어딜 가고 싶은가, 하고 물었다면 대구는 순위에 넣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난 졸업 후 부산으로 돌아가지 않고 대구에 남았다. 더위를 몹시도 싫어하지만 대구 경북엔 대학을 다니며 맺은 인맥이 많았다. 그 인맥들을 놓치기 싫어서 나름대로 전략적 선택을 한 거였다.

대구에서의 생활은 비교적 만족스러웠다. 없는 건 거의 없고 있어야 할 건 꼭 하나씩이라도 있어서 생활하고 일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거기에 더해 교통이 정말 좋았다. 막히는 곳이 거의 없고, 막혀도 금방 해소 되었다. 나쁜 건, 덥다는 것. 정말 덥다. 또 춥다. 정말 춥다. 부산의 지인들이 방학이라고 놀러 온다고 하면 기분 나빠하지 않게 아주 쉽게 거절시킬 수 있다. 여름엔 덥다고, 겨울엔 춥다고 하면 된다. 그럼 별 미련 없이 포기한다. 사실 여행 혹은 관광은 볼 것이 있고, 먹을 것이 있고, 살 것이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대구는 더위와 추위를 무릅쓸 정도의 여행지는 아니었던 거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부산의 지인들이 기를 쓰고 대구에 오려고 하는 것이다. 심지어 혼자 계신 우리 어머니까지도 그러신다. 요즘 TV 먹방에 대구 맛 집들이 많이 나오고 대구 관광지들이 자주 소개되는 탓이다. 특히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에 대한 관심이 정말 뜨겁다. 최근에 명절이라고 부산에 가서 명절을 보내고 대구로 오려고 부산역에 갔었는데 부산역을 감싸는 큰 현수막에 ‘대구 관광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당일투어’라고 쓴 광고가 있었다. 이미 김광석 길 관광이 태백산 눈꽃투어, 지리산 단풍투어, 정동진 해맞이투어 등을 잇는 전국 최고의 관광 상품이 되었다는 거다. 이 현상이 난 재밌고 자랑스럽다. 이 거대한 현상의 시작을 알기 때문이다. 대구의 관광 도시는 철저히 연구, 개발해서 만들어 진 것이다.

10년 전쯤 대구시 중구에서 근대화 거리를 조성하고 ‘근대화 골목투어’라는 관광 상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때부터다, ‘관광도시 대구’라는 꿈의 시작은. 이후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이 대구지역 기획자와 아티스트들의 협업으로 만들어졌고, 몇 년 후 정말 꿈이 이루어졌다. 꿈을 가진 사람들이 그 꿈을 이루어 낸 것이다.

여기서 문제 하나. 몇 년 전까지 인터넷에 대구 하면 가장 먼저 연관 검색되던 대구의 별명이 무엇이었을까? 바로 ‘고담 대구’였다. 그렇다. 최근까지 대구,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 일색이었다. 그래서 지금의 ‘관광도시 대구“ 가 더 기적 같다.

사람이 했다. 꿈을 가진 사람들이 ‘고담 대구’를 ‘관광도시 대구’로 만들었다. 기대해도 좋다. 대구는 더 멋지게, 더 행복하게 변할 것이다. 이미 그 변화는 시작을 넘어 완성되어 가고 있다.

송힘 월드뮤직앙상블 비아트리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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