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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 약하고 구심점 없다, 비문 연대 가물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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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 약하고 구심점 없다, 비문 연대 가물가물

입력
2017.03.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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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 사실상 무너져

약자 연대 필요성 사라진 상태

김종인은 ‘경제민주화’로 선회

지역변수 약화에 구심점도 부재

조기 대선 땐 선거 기간도 짧아

‘중도 대 진보’ 양자대결도 힘들 듯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선거 연대’는 선거 판도를 바꾸는 최대 변수였다. 1987년 대선처럼 후보 단일화가 실패한 경우도 있었지만, 1997년 15대 대선의 DJP(김대중 김종필) 연합은 소수파가 연대를 통해 집권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남아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대세론을 구가하는 이번 대선에도 후발 주자들은 과거 사례를 토대로 각종 합종연횡의 시나리오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선거 연대가 과거 어느 때보다 성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만만찮다.

무엇보다 후발 주자들이 연대의 고리로 내세울 만한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너뜨려야 하는 공분의 대상과 싸우기 위해 약자가 합심하는 게 연대라면 이번 대선에선 ‘공공의 적’이 국회 탄핵 가결로 사실상 무너진 상태기 때문에 연대의 필요성 자체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DJP 연합이나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2002년의 노무현ㆍ정몽준 후보 단일화 때는 보수 기득권 세력과의 싸움이란 명분이 있었다”며 “지금 선거 구도에선 기득권 세력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대상 자체가 없어 연대의 동력 확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의 선거 연대는 결국 문 전 대표에 대항하는 형태로 이뤄질 공산이 크지만, 문 전 대표를 기득권으로 규정해봐야 공감을 얻기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 2007년 대선에서도 노무현 정부에 참여했던 친노계는 사실상 ‘폐족’ 위기에 처했고, 압도적 지지율 1위였던 이명박 당시 후보를 ‘기득권’으로 몰기 어려워 선거 연대 역시 동력을 얻지 못했다.

그나마 후발 주자들이 연대의 고리로 삼는 것은 ‘개헌’이다. 박근혜 정권이 부른 국정농단 사태가 결국 독점적 권력 구조 탓이며 배타적 성향의 친문(재인) 그룹 역시 패권화할 공산이 큰 만큼 개헌을 통해 막자는 것이다. 하지만 개헌 논의가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정치공학적으로 전개될 경우 권력 나눠먹기 게임으로 인식될 여지가 많다는 점에서 연대의 명분으로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경직적인 기존 대통령제를 손질해 권한을 분산시키겠다는 논리 자체는 훌륭한 만큼 명분이나 당위성이 없는 건 아니다”면서도 “권력 구조만 고친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대선 전 개헌론에 집착하는 모습은 인기 없는 약체들이 권력을 나눠가져 보려고 힘을 합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개헌 문제를 통해 선거 연대를 모색했던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최근 ‘경제민주화’를 고리로 방향을 트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그만큼 연대의 명분이 취약하기 때문이란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올 대선에서 지역 변수가 약화한 데다 연대의 구심점이 될 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회의론의 근거다. DJP 연합은 내각제 개헌이 표면적 명분이었지만 실제 승리 요인은 충청ㆍ호남의 절대적 지지를 업은 두 맹주의 결합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의 경우 호남에서 문 전 대표의 대항마가 두드러지지 않는 데다 지역 맹주로 볼 만한 주자도 딱히 없는 상태다. 안희정 충남 지사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낙마 이후 충청권 맹주로 부상하고 있지만, 안 지사가 민주당을 이탈해 선거 연대에 가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선거 운동 기간이 짧다는 점도 선거 연대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그나마 가장 성공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후보를 단일화한 뒤 김종인 등 민주당 비문계가 합류해 민주당 후보와 ‘중도 대 진보’ 구도의 양자 대결을 치르는 그림인데, 사실상 성사되기 어려운 이야기라는 게 전문가들 예상이다. 최 교수는 “짧은 기간 안에 몇 차례의 경선이 치러져야 하는데 가능하겠냐”고 반문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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