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암살되기 11일 전 일본 전 각료와 면담 계획을 잡았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김정남이 독자적으로 북일 관계 개선작업에 관여했거나 이런 움직임이 포착돼 제거됐다는 견해가 나와 주목된다.
산케이(産經)신문은 1일 “김정남이 3월1일 마카오에서 이시이 하지메(石井一) 전 자치장관과 면담을 계획하고 있었다”며 이시이 전 장관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신문은 “이시이 전 장관이 오랜 기간 북일 국교정상화 문제를 다뤘던 전례가 있어 김정남이 양국관계 개선을 위해 움직이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2011년 김정은 체제 확립 후 김정남은 정치활동과 거리를 둔 것으로 알려졌지만, 외국 정치인과 접촉을 꾀하려 했다는 점에서 북한 지도부의 경계심을 자극했다는 견해가 있다고 산케이는 전했다.
이시이 전 장관에 따르면 한국 국적 실업가의 중개로 성사된 김정남과의 면담 날짜는 2월2일로 확정됐다고 한다. 마카오의 초밥집에서 3월1일 오후6시 이시이 전 장관, 소개자, 김정남 등 3명이 만나기로 됐다는 것이다. 김정남은 2001년 위조여권으로 일본 입국을 시도하다 체포되기 이전에도 도쿄를 들락거렸다는 증언이 잇따를 만큼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일본 측으로부터 대북 정보라인으로 활용됐을 개연성도 제기되는 이유다.
이시이 전 장관은 1990년 가네마루 신(金丸信) 전 자민당 부총재가 단장을 맡았던 북한 방문단에 동행했고, 평양에서 김일성 주석과도 면담했던 인물이다. 그는 “김정남은 국제감각도 있고 고향에 대해 생각을 했던 것 같다”며 “(중개자를 통해) 북한 인민의 행복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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