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오후 서울 관악구의 한 카페. 82㎡(25평) 남짓한 공간에는 여느 카페와 다르지 않게 푹신한 소파와 테이블이 놓여져 있다. 그런데 벽면 창문에 ‘전좌석 흡연 가능’이라는 팻말이 붙어있다. 카페 손님 10여명은 손에 커피를 든 채 연신 입으로 뿌연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이른바 흡연카페다.
담배 냄새는 생각보다 독하지 않았다. 흰색 환풍구가 천장 위로 길게 이어져 있었고, 매장 내부 곳곳에는 공기청정기가 놓여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흡연 7년차 조모(28)씨는 “한달 전 흡연 카페를 알게 된 뒤로는 아예 다른 곳은 가지 않고 여기만 온다”며 “일반 카페에서는 중간에 흡연실을 가거나 밖에 나와서 담배를 피웠는데 대놓고 피울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강력한 금연정책과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애연가들의 피난처가 된 흡연카페가 등장한 건 정부가 2015년 1월 국민건강증진법을 개정하면서부터다. 당시 정부는 담뱃값 2,000원 인상과 함께 ‘식품접객업’에 속하는 휴게음식점으로 등록된 모든 음식점과 카페 등에서의 흡연을 전면 금지했다. 돈을 쫓는 이들은 법의 사각지대를 귀신같이 찾아냈다. 같은 해 10월 경기 용인에서 서빙 없이 손님이 직접 커피머신 등을 이용해 음료를 만들고, 과자나 병에 담긴 음료 등 완제품만을 파는 방식의 흡연카페가 처음 등장했다. ‘식품접객업’이 아닌 ‘식품자동판매기업’으로 등록돼 있어 사실상 카페와 다를 바 없지만 법망을 피해갈 수 있었던 것이다. 하루 평균 50~100여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우후죽순 생겨나 현재 서울, 부산 등 전국에 50여곳으로 늘어났다. 입소문을 타며 체인점도 여러 개 만들어지는 등 창업시장의 인기 아이템이 됐다.
보다 못한 보건복지부가 결국 칼을 빼들었다. 복지부는 이날 흡연카페를 금연시설로 지정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법률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흡연카페의 문제점이 지적된 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현행법으로 가능할 지는 불투명하다. 지난해 복지부가 전국 흡연카페 15곳에 대해 단속에 나섰으나 마땅한 처벌 근거가 없어 현행법에 위반되는 건물 전체면적 1,000㎡를 넘는 5곳의 사업장에만 폐업 및 업종변경 등을 권고했을 뿐이었다. 복지부 건강증진과 관계자는 “금연정책은 간접흡연을 막는 취지인데 흡연카페는 환풍구를 통한 간접흡연은 물론 탈법적 요소가 다분하다”며 “법 시행규칙을 개정하거나 법 개정을 해서라도 금연시설로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흡연자들은 과도한 규제라며 반발한다. 흡연 1년차 곽모(20)씨는 “흡연자들끼리만 카페에 모여서 피우는 것뿐인데 이것마저 규제로 없애겠다는 생각이 황당하다”고 말했다. 한 흡연카페 운영자는 “길에서 피우는 사람들이 카페로 모이면서 오히려 길거리 꽁초가 줄었다”며 “이렇게 규제를 할 바엔 아예 정부에서 담배를 팔지 않는 편이 더 낫겠다”고 말했다.
글ㆍ사진=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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