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K리그 클래식(1부) 공식 개막전은 오는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경기다. 전년도 정규리그 우승팀과 FA컵 챔피언이 이듬 해 개막전에서 맞붙는 게 관례인데 공교롭게 서울이 정규리그, 수원이 FA컵 트로피를 각각 들면서 개막전부터 라이벌전이 성사됐다. ‘슈퍼매치’로 불리는 서울과 수원의 대결은 흥행 보증수표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인정한 라이벌전이다. 올해는 두 팀 대결 앞에 수식어가 하나 더 붙을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상호 더비’다.
이상호(30)는 작년 12월 수원에서 서울로 팀을 옮겨 화제를 모았다. 프로 에서 이적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서울과 수원처럼 앙숙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과거 서울에서 수원으로 직접 이적한 국내파는 2006년 백지훈(32ㆍ서울 이랜드)과 2013년 이종민(34ㆍ광주FC) 두 명 뿐이다. 수원에서 서울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이는 이상호가 처음이다.
해외에서도 라이벌 팀 간 이적은 ‘불문율’에 가깝다.
‘붉은 장미의 전쟁’으로 불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대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리버풀이 대표적이다. 1964년 4월 필 크리스넬(75)이 맨유에서 리버풀로 간 이후 53년 동안 교류가 없다. 2007년 맨유의 가브리엘 에인세(39)가 리버풀로 이적을 원했지만 팬들이 강하게 반대해 무산됐고 알렉스 퍼거슨(76) 전 맨유 감독이 2011년 리버풀의 주전 골키퍼였던 페페 레이나(35)의 영입을 추진했으나 역시 실패했다.
이상호는 ‘원죄’도 있다.
그는 수원 소속이던 2012년 FA컵 16강에서 서울을 2-0으로 누른 뒤 ‘서울은 수원의 라이벌도 아니다’라는 취지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서울 팬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특히 서울 팬들에게 금기어인 ‘북패’(북쪽의 패륜이라는 뜻. 2004년 남쪽인 안양에서 북쪽인 서울로 연고를 옮긴 서울 구단을 일부 축구 팬들이 비하하는 표현)라는 말을 써서 공분을 샀다. 서울 팬들에게 공공의 적이었던 그가 이제는 서울 유니폼을 입고 수원 사냥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개막전을 앞둔 서울은 지금 분위기 반등이 절실하다.
서울은 3ㆍ1절 전날인 지난 달 28일 우라와 레즈(일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조 2차전에서 2-5로 참패해 엄청난 원성을 듣고 있다. 따라서 선발 출전이 예상되는 이상호의 어깨가 무겁다. 그는 “예전에 수원에 있을 때는 서울을 정말 이기고 싶어 도발적인 표현을 썼다. 서울 팬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서울 유니폼을 입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팬들도 마음을 열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슈퍼매치의 분위기는 특별하다. 선수로서 출전 자체가 영광인 경기”라며 “나에 대해 많은 야유도 있겠지만 각오하고 있다. 최고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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