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이 28일 상ㆍ하원 합동연설에서 ‘통합’ 강조 메시지를 전했지만, 정작 ‘미국 우선주의’ 논리에 부합하는 외부 손님을 적극 활용해 구설수에 올랐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체류자 단속ㆍ추방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불법체류자가 저지른 범죄 희생자 가족을 초청했고, 희귀병 환자를 통해서는 규제개혁의 중요성을 보여주려고 시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외부 손님을 소개한 것은 모두 3차례. 첫 번째는 글리코겐 대사장애를 앓고 있는 20대 여성 메건 크롤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생후 15개월만에 이 병에 걸려 다섯 살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던 크롤리가 20세까지 생존한 것은 아버지가 치료약 개발에 직접 매달렸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또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의 의약품 승인절차가 간소화된다면 더 많은 희귀병 환자들이 건강을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승인절차를 간소화해주는 대신 제약회사들에게 약값을 내리라고 한 자신의 정책 정당성을 홍보할 수 있는 인물이다.
이날 가장 주목 받은 초청자는 지난달 예멘에서 대 테러작전 중 숨진 해군특수부대 윌리엄 ‘라이언’ 오언스(36) 중사의 부인 캐린 오언스였다.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옆에 앉은 캐린 오언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남편의 죽음은 조국을 위한 값진 희생’이라고 치하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1분 이상 목메어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멘 작전에 대한 비판을 의식, “라이언은 성공적 공격작전에 투입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의 온라인 댓글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실수를 감추기 위해 미망인을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밖에도 불법 체류자 범죄전담 부서 신설 방침을 발표하며, 불법 체류자에 의한 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이름을 호명한 뒤 소개하기도 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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