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70) 감독이 이끄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이 1라운드 첫 경기 이스라엘전 선발 투수로 좌완 장원준(31ㆍ두산)을 일찌감치 예고한 가운데 이스라엘도 선발을 공개했다. 메이저리그에서 개인 통산 124승을 거둔 베테랑 제이슨 마키(39ㆍ전 신시내티)가 한국전에 출격한다.
제리 웨인스타인(74) 이스라엘 감독은 1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WBC A조 감독 기자회견에서 “마키가 한국과 개막전에 선발 등판한다”며 “오랜 기간 빅리그에서 활약했기 때문에 큰 무대에 익숙하고, (긴장된) 상황을 잘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키는 메이저리그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투수다. 2000년 애틀랜타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뒤 2015년까지 메이저리그 통산 124승 118패 평균자책점 4.61을 기록했다. 124승은 박찬호(은퇴)의 아시아 최다승과 타이다. 2004~09년까지 6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기도 했지만 2015년 시즌을 마친 뒤 마이너리그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국외 리그를 떠돌았다.
내리막에 놓인 것은 분명하지만 마키는 이스라엘의 필승 카드다. 지난해 9월26일 영국과 WBC 브루클린 1위 결정전에서 4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팀의 본선 진출을 이끌었다. 한국은 현재 컨디션이 가장 좋은 장원준이 중책을 맡았다. 앞서 김인식 감독은 “꼭 이겨야 하는 1차전에 장원준이 선발로 나간다”고 못박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각 팀의 감독들은 개최국 한국을 가장 경계했다. 현역 빅리거가 다수 포진한 네덜란드의 헨즐리 묄런스(50) 감독은 “한국은 홈 경기장이라 팬들 응원의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은 투수가 강하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궈타이위안(55) 대만 감독은 “그 동안 한국은 국제 대회에서 투타 모두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했고, 웨인스타인 이스라엘 감독은 “쿠바, 호주와의 평가전을 TV 중계로 봤는데 인상 깊었고, 강력했다. 코칭스태프 능력도 출중해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김인식 감독은 “지금 시기에 우리나라에서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면서도 사실 보이지 않는 부담감이 굉장히 많다”며 “많은 분들이 기대하는 것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도쿄에서 열리는 2라운드에 진출할 상위 두 팀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네 팀 감독 모두 “예측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A조 최강 팀으로 꼽히는 네덜란드의 묄런스 감독은 “누가 올라갈지 알면 좋을 텐데, 나도 모르겠다”면서 “짧은 기간 펼쳐지는 토너먼트라서 투수도 잘해야 하고 수비도 잘해야 한다. 예측은 힘들다”고 밝혔다. 복병으로 지목된 이스라엘의 웨인스타인 감독은 “최고의 선수 9명이 있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야구”라며 “어떤 팀이라도 1등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조 최약체로 평가 받는 대만의 궈타이위안 감독은 “며칠만 지나면 결과를 알 수 있으니까 조급해하지 말아달라”고 했고, 김인식 감독은 “실수를 더 하는 팀이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각 팀의 키 플레이어에 대해서는 김 감독과 궈타이위안 감독이 각각 간판 타자 이대호(35ㆍ롯데)와 린즈셩(35ㆍ중신 브라더스)을 언급한 반면 네덜란드와 이스라엘 사령탑은 “모든 선수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WBC 서울 1라운드는 6일 한국과 이스라엘전을 시작으로 네 팀이 한 차례씩 맞붙어 상위 두 팀이 도쿄 2라운드 티켓을 획득한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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